F&F는 최근 국내 패션업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로 꼽힌다. 주요 패션기업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F&F는 디스커버리, MLB 등 이종(異種) 브랜드를 의류로 만들어 대박을 쳤다. 김봉규 삼성출판사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창수 회장이 1992년 창업한 F&F는 기존 패션 문법에서 탈피한 경영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최근 테일러메이드 경영 참여를 확정한 데 이어 경영권 안정을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지난 19일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매출 ‘1조 클럽’을 향한 F&F의 진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F&F '매출 1조' 고지가 보인다…"MLB 이을 새브랜드 인수 검토"

지배구조 개편·새 브랜드 M&A 시동

24일 투자은행(IB) 및 패션업계에 따르면 F&F는 MLB의 뒤를 이을 대형 브랜드 판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포츠와 아웃도어 위주인 F&F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다른 패션 분야 브랜드를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공동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2000억~3000억원 규모”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분기 매출이 500억원에 육박한 브랜드로 성공한 MLB의 후속 브랜드 발굴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전방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최근 지분 참여한 테일러메이드의 최종 인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F&F는 3000억원을 투자해 테일러메이드 지분 49.5%를 확보하는 거래를 이달 초 마무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동 투자자인 센트로이드PE가 갖고 있는 지분(50.5%)을 F&F가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며 “빠르면 2~3년 후 테일러메이드를 상장할 때 F&F가 완전한 경영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F&F의 전략은 휠라가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갖고 있는 아쿠쉬네트를 인수하면서 매출 3조원대 기업으로 도약한 것과 비슷하다. 아쿠쉬네트는 2011년 휠라 품에 안기기 전까지만 해도 1% 미만이던 패션부문 매출 비중이 올 상반기 14%로 높아졌다.

‘아기상어’ 스마트스터디와도 협업

패션업계에서 ‘1조 클럽’은 상징적인 숫자다. 대기업 계열인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LF, 코오롱FnC, 삼성물산패션과 이랜드, 휠라를 제외하면 중견 패션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유력 후보로는 F&F가 1순위로 꼽힌다. 지난해 838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상반기까지 5900억원을 기록했다. K2, 형지어패럴이 2013년 ‘1조 고지’를 찍었으나 사업 다각화에 실패하면서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김 회장이 상반기에 F&F홀딩스라는 투자 전문기업을 지주회사 격으로 만들고, 그 밑에 F&F파트너스라는 벤처투자 전문회사를 둔 것도 패션과 시너지를 낼 만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F&F는 최근 1~2년간 무신사, IMM인베스트먼트 등과 펀드를 공동 조성해 투자 경험을 쌓아왔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김창수 회장이 디지털과 패션을 연계한 스타트업을 비롯해 콘텐츠, 마케팅 플랫폼 등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조카이자 ‘아기상어’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와의 협업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