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넘어 메탄올 선박…한국조선해양, 8척 수주
한국조선해양이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운용할 대형 메탄올 추진선(사진)을 건조한다.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대형 메탄올 추진선 건조는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메탄올 추진선은 암모니아·수소선과 함께 ‘포스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LNG선만으로는 해운사들이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 규제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메탄올을 엔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앞세워 친환경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탄소중립 시대 주목받는 ‘메탄올 선박’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24일 머스크로부터 1만6000TEU급 초대형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을 1조6474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향후 4척을 추가 수주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이들 선박엔 메탄올 연료 추진 엔진이 탑재돼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은 2016년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선 2척을 인도하며 친환경 선박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20여 척의 메탄올 추진선 중 약 3분의 1이 현대조선해양이 건조한 선박이다. 머스크가 한국조선해양을 파트너로 택한 이유다. 머스크는 지난 6월 2100TEU급 선박을 한국조선해양에 시범 발주한 이후 본격적으로 메탄올 추진 선대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대형 컨테이너선에 메탄올 추진 엔진을 탑재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머스크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 대체연료 분야 협력을 강화해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되는 규제에 친환경 선대 확장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의 친환경 선대 확장은 강화되는 탄소 배출 규제에 대한 대응이다. IMO는 2025년까지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30% 이상, 2050년까지 7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MO는 지난 6월 탄소 배출량을 지수화한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제도’도 마련했다. 국제 항해 선박은 2019년을 기준으로 2024∼2026년까지 매년 2%씩 CII를 낮춰야 한다.

메탄올이 친환경 선박연료로 최근 급부상한 것도 규제 강화 때문이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에 비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을 80~90%가량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에 적합한 연료로 꼽혀왔다. 그동안 생산 단가가 높아 선박 연료로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원료인 천연가스 생산량이 늘면서 생산 단가가 낮아져 차세대 선박용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또 높은 압력과 극저온이 요구되는 LNG와 달리 메탄올은 상온 및 일반 대기압에서도 저장과 이송이 가능해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해양에 배출되더라도 물에 빠르게 녹고 생분해돼 해양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IMO 규제에 맞추려면 LNG선만으로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라며 “탄소 배출이 없는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연료 등 ‘무(無)탄소 선박’ 도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정민/황정환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