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정박한 HMM 선박. 사진=HMM
부산항에 정박한 HMM 선박. 사진=HMM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해원연합노조(선원 노조)가 23일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의결했다. 국내 초유의 물류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HMM 해원노조에 따르면 지난 22일 정오부터 전체 조합원 4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투표자 대비 92.1%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해원노조는 오는 25일 사측에 단체 사직서를 제출하고, 스위스 해운업체 MSC에 단체 지원서를 낼 계획이다. MSC는 한국 선원들을 대상으로 2~3배의 연봉을 제시하며 채용작업을 해왔다.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박에 대해선 선원들이 집단 하선하고, 하역인부와 작업인부의 유전자증폭(PCR) 검사 증서 제시 전까지는 작업자의 승선도 거부하기로 했다. 선원법상 운항 중이거나 외국에 있는 항구 선원들은 단체행동권이 제약되는 것을 고려할 때 사실상의 파업인 셈이다.

HMM이 지난 1분기 1조1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901% 늘어난 1조38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MM 해원노조는 직원들은 해운 불황기 8년 동안 임금이 동결됐고 국내 1위 선사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했다. 사측은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생산성 장려금 200%의 수정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800%까지 요구 수준을 낮췄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조정 중지에 이르렀다.

HMM은 지난달 기준 아시아-유럽과 아시아-북미 노선에서 7%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20일 사상 최고치인 4340.18을 기록하고, 최성수기인 3분기를 맞아 물동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HMM이 운항을 멈추면 수출기업이 고스란히 타격을 받게 된다.

앞서 국내 1위이자 7위인 한진해운이 파산하자 2016년 초 105만TEU에 달했던 한국 선복량은 2016년 말 46만TEU로 급감했고, 국내 기업들은 극심한 물류난을 겼었다. 현재 85만TEU의 선복량을 보유 중인 HMM이 운항을 멈추면 혼란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사측과 산업은행은 선원들의 단체 사직이 현실화하기 어렵다며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해외 선사로부터 계속 스카우트 제안이 오고 있어 (한국 선원들이) 무더기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