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공격투자 선언한 기업들

탄소배출 사업으론 생존 힘들어
수소·신재생에너지 모델로 전환
배터리·정유·자동차업체가 주도
2030년까지 新성장동력 장착
지난 3월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한화, 효성 등 5개 그룹사는 2030년까지 43조원을 수소경제에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소경제 청사진’을 공개했다. SK는 대규모 액화플랜트 구축과 연료전지발전소 등에 18조5000억원, 현대차는 수소차 설비투자와 충전소 설치 등에 11조1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에 걸맞은 사업 모델을 갖추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라는 게 주요 그룹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수소경제 신재생에너지 투자 봇물
대기업들의 ESG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상당량의 탄소 배출을 수반하는 기존 사업 모델만으론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10대 그룹이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 중 ESG와 관련된 투자만 115조52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요 투자 키워드는 △수소경제(12곳) △신재생에너지(12곳) △저탄소(6곳) △순환경제(6곳) 등이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배터리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각각 미국 등에 새로운 배터리 공장 건립을 준비 중이다. 아예 발전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도 있다. 삼성물산은 7500억원을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에 70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GS건설 역시 2028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생산 사업에 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2030년 데드라인…'저탄고수'로 체질 싹 바꾼다

저탄소 기술 개발도 주요 투자 대상이다. SK E&S는 탄소중립의 열쇠로 불리는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활용) 기술에, 한화솔루션은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소재 국산화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재활용산업 투자 사례도 적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1000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11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2030년 탄소중립 중간점검
기업들이 밝힌 투자 완료 시점은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제각각이다. 생산기지 및 발전소 건립은 2~3년, 연구개발(R&D) 프로젝트는 보통 4~5년간 진행된다. 하지만 사업 모델 전환을 언급한 중장기 계획들은 완료 시점이 2030년으로 동일하다. 롯데그룹 화학BU(사업 부문)의 경우 ‘그린 프로미스 2030’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10조300억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내놨다.

2030년은 글로벌 차원의 탄소중립 중간점검 시점이다. 2018년 열린 IPPC회의에서 각국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 정부도 2030년까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기본법을 밀어붙이는 배경이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한다는 게 탄소중립기본법의 골자다.

2030년을 기점으로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게 되는 업종도 있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55(Fit for 55)’를 발표했다. 2030년 EU의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인다는 슬로건 아래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는 내용이다. EU 집행위는 우선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등의 업종에 ‘탄소 관세’를 물릴 계획이다.

자동차업계도 2030년까지 사업모델 전환을 마무리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무공해차(ZEV)로 전환하는 목표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최대 시장인 미국을 더 이상 공략할 수 없게 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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