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거래소 심사 은행에 떠넘겨…줄폐업 현실화할 것"
“지금처럼 당국이 은행 실명계좌 발급 책임을 전적으로 은행에 넘기면 암호화폐거래소는 줄폐업할 겁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한국핀테크학회장·사진)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국이 심사 기준을 마련해 암호화폐거래소들이 은행의 심사를 공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달 25일부터 은행 실명계좌가 없는 암호화폐거래소는 원화를 활용한 매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김 교수는 “거래소들이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는 건 당국이 자금세탁 범죄에 따른 책임을 전부 은행에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당국이 거래소에 은행 실명계좌를 요구한 것은 암호화폐가 범죄자금 세탁에 쓰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실명계좌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요건이므로 사실상의 정부 권한을 민간에 위임한다는 법적 근거가 필요한데 법률은 물론이고 정부는 사무처리지침(가이드라인)도 (은행에) 전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실명계좌에 대한 발급 기준을 은행이 자율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자금세탁 범죄가 터지면 은행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해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곳은 케이뱅크와 계약한 업비트뿐이다. “자금세탁 범죄가 발생하면 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받은 것일 뿐, 계좌를 발급해준 것은 은행이기 때문에 은행이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데 누가 실명계좌를 발급해줄지 의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은행 계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거래소들이 대거 폐쇄되면 1차적으로 그간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 업체들이, 2차적으로는 해당 거래소에만 상장된 코인에 투자한 투자자 대다수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