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올해부터 10% 유상할당과 제3자 참여가 시작됐다. 정부는 탄소배출권 시장 거래를 더 활발하도록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나친 시장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게티이미지뱅크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게티이미지뱅크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지난 201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정부가 기업에 적정 탄소배출량을 할당한 뒤 실제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남는 배출권은 팔고 부족한 배출권은 사게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3기(2021~2025년)가 시작된 올해부터 정부는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와 기업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유상 할당 비중을 확대하고 제3자 거래 확대에 나섰다.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대규모 조림 산업이나 이산화탄소 포집(CCUS) 기술 개발 등으로 얻은 배출권을 판매하는 배출권 수혜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탄소배출권 시장 4가지 관전 포인트

유상 할당 비중, 얼마까지 늘어날까

올해부터 배출권 유상 할당 비율이 3%에서 10%로 늘어났다. 할당받는 배출권 중 10%는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유상 할당 비율을 점차 높여간다는 방침인데,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우려한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현재 유상 할당 증가율이 너무 낮아 기업이 탄소감축에 실질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며 유상 할당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상 할당량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며 “국제 경쟁력을 감안해 제외할 업종은 제외하고 비율도 조정하며 계속 보완 중인데 10%가 충분하다, 부족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크한 EU 배출권 거래 시장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 할당 비율이 57%에 이른다. 다만 올해부터 전국 단위 배출권 시장을 개설한 중국의 경우 유상 할당은 아직 실시하고 있지 않아 대비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그 목적과 구조상 유상 할당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속도를 조절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탄소배출권 시장 4가지 관전 포인트

탄소배출권 시장 4가지 관전 포인트



탄소배출권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

지난 8월 10일 기준 한국거래소의 국내 2020년물 할당탄소배출권(KAU20) 종가는 2만25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고점인 4만2500원(4월)보다는 낮지만, 올해 최저가인 1만500원(6월)보다는 높다.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1만~2만원대에서 거래되다가 탄소배출권 연간 만기가 도래하는 7~8월 2만원대를 넘어서는 패턴을 보인다. 2020년물의 상장폐지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2021년물의 경우 8월 30일 2만8400원에 거래되며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 걸까. 7월 기준으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유럽 탄소배출권거래소(EU-ETS)의 탄소배출권(EUA 현물) 가격은 7만2679원 수준이고, 선물 가격은 7만3757원으로 꽤 높은 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거래소에서는 2만1571원이다. 나라마다 가격이 제각각인 셈이다. 올해부터 개장한 국가 단위 중국 ETS에서는 1만5498원으로 국내 가격보다 낮은 편이다.

탄소배출권은 가격이 높고 거래가 활발할수록 좋은 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탄소배출권 거래가 활발하고 가격이 올라가면 기업들이 탄소배출 감축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기업은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 물론 탄소배출권 거래가 부진하고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제도 자체의 효과가 떨어진다.

현재 국내 배출권 시장은 실수요자인 할당 기업만 사고파는 시장이다. 필요한 만큼만 사 가고, 또 남는 만큼만 팔기 때문에 거래도 생각보다 드물게 일어난다. 거래가 적고 가격이 저렴하면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투자보다 시장의 저렴한 잉여 배출권을 구매하려고 해 누구도 비싼 돈을 들여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하지 않게 된다.

이충국 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은 “배출권에 대한 전략적 매도와 매수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배출권 제출 기간에 맞춰 남는 것을 팔거나 부족한 것을 사는 데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배출권 가격이 기업의 한계 저감 비용(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 데 쓰이는 운영비와 설비비)보다 너무 낮아 기업에 유인책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직까지 배출권 거래 제도가 기업의 투자로 연계되는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금융화 부작용은 없을까

유럽의 탄소배출권 시장이 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 할당 비율이 높아 배출권을 사고파는 기업이 많은 데다 초기부터 제3자인 증권사, 금융기관, 투자자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3기 내에 증권사나 투자자 등 제3자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첫째는 증권사 자기매매 도입, 둘째는 선물 등 파생상품 도입, 셋째는 증권사 위탁매매 도입이다. 증권사 자기매매의 경우 연내 시행을 준비 중이다. 실제로 EU의 배출권 시장은 제3자의 참여를 늘리고 선물 등 파생상품 시장을 열어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ETF를 출시하면서 거래가 활발해졌다.

정부는 연초 기존 시장 조성자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외에 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SK증권 등 증권사 3개사를 추가해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며 호가 공백을 최소화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겼다.

다만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속도 조절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제3자가 들어오면서 기업이 사거나 팔고 싶을 때 유동성을 공급하고 가격을 만드는 등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만 향후 EU처럼 투기자본이 참여하는 지나친 금융화로 가면 탄소중립이라는 본질적 목표 달성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EU 탄소배출권 시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들어와 거래하면서 가격을 급등시키고 물량을 제때 내놓지 않아 기업에 큰 부담이 되어 EU 내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배출권 선물 시장을 여는 등 제도의 전면 개선을 앞두고 있는데, 현재의 방향을 유지하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탄소배출권 관련 기업은 어디일까

지난해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주요인은 자동차 판매가 아니라 탄소배출권 판매 덕이라는 분석이 나올 만큼 탄소배출권 판매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휴켐스, 후성, KC코트렐 등이 대표적인 탄소배출권 관련 기업으로 꼽힌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청정 개발 체제(CDM)를 구축한 뒤 여기서 발생하는 배출권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기업이다.

휴켐스는 국내 기업 중 탄소배출권 보유 1위 회사다. 온실가스 저감을 통해 매년 15만 톤 내외의 탄소배출권 판매 권한을 UN으로부터 획득했다. 이 회사는 탄소배출권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후성은 에어컨 냉매가스 제조 과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저감 장치를 보유해 청정 개발 체제를 확보했고, 탄소배출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환경 설비업체 KC코트렐은 국내 유일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및 저장 기술을 갖춘 업체라 더 주목받는다.

한솔홈데코도 뉴질랜드 조림 사업을 통해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뉴질랜드 기업에 임대해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온실가스 감축 및 미세먼지 감축 솔루션과 함께 탄소배출권 거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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