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이르면 이번주 노조 추천 인사를 포함해 사외이사 최종 후보군을 기획재정부에 제청한다. 노조 측이 점찍은 인사가 임명되면 금융권에서 노조 추천 이사가 선임되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를 신호탄으로 금융권 전반에 노조 추천 이사가 확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성이 부족한 노조 추천 이사가 임명될 경우 오히려 경영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출입은행 '노조추천 이사제' 총대 메나

이번주 후보 윤곽 나올 듯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번주 수은의 비상임이사(사외이사) 후보 제청 방식과 대상 인원을 최종 결정한다. 앞서 지난 5월부터 공석인 이사 한 자리를 채우기 위한 절차다. 수은의 비상임이사는 은행 이사추천위원회(이추위)에서 후보군을 정하면 행장이 이 가운데 최종 후보를 결정해 기재부에 제청한다. 이후 기재부 장관이 최종 임명한다.

제청 방식에 대한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것은 금융권 첫 노조 추천 이사 탄생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노조 추천 이사는 사측에 대한 견제를 위해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제도다. 수은은 앞서 이추위를 구성해 총 4명의 후보를 추렸다. 두 명은 사측이, 나머지 두 명은 노조 측이 각각 추천했다. 노조 측은 학계와 노동계 출신 인사를 후보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제청 인원을 2명으로 할지, 4명으로 할지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제청 대상 후보에 노조 추천 인사가 올라가면 이사로 임명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조 추천 이사 업계 확산될까

금융권에서는 수은의 노조 추천 이사 임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 추천 이사는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내세운 제도지만, 번번이 도입이 무산됐다. 국민은행은 2017년부터 네 차례 도입을 추진했으나 주주총회의 벽을 넘지 못했고, 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 반대로 불발됐다. 지난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노조 추천 인사를 이사 후보로 올렸으나 주총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수은 안팎의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임기 말인 데다 기재부가 제도 도입에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격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첫 사례가 나오면 다른 금융회사에서도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노조 추천 이사제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은행 임원은 “금융 전문성이 없이 노동운동에만 관심을 두는 인사가 이사로 임명될 경우 신사업 추진이나 꼭 필요한 구조조정 등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 등으로 금융회사의 발빠른 변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여서 더욱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반면 국책은행·금융공기업 노조 측은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한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공기업, 공공기관에 정·관계 출신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사례가 빈번했다”며 “적어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경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