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뷰티 지고, 애슬레저 부상한 명동상권.’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패션·뷰티 1번지인 명동 상권이 재편되고 있다. 중국·일본인 등 외국인을 상대하던 중저가 화장품숍과 신발멀티숍이 줄줄이 문을 닫고 그 자리를 나이키, 아이더 등 ‘애슬레저’(운동복 겸 일상복) 매장이 메우고 있다.

17일 4호선 명동역 인근의 화장품 실태 조사를 한 결과 36개 점포 가운데 23개가 문을 닫고 13개만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명동 한 화장품숍 점주는 “유동인구가 줄어들어 어렵사리 장사하고 있다”며 “월 60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감당하기에는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미샤, 더샘, 이니스프리, 에뛰드,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등 중저가 화장품숍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화장품 편집숍인 시코르, 영국 화장품 업체 러쉬 등의 브랜드는 코로나19 속에서도 버티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도 고가 해외 화장품을 선호하면서 국내 중저가 브랜드의 타격이 크다”고 전했다.

패션브랜드도 속속 철수한 상태였다. 현대백화점 한섬의 캐주얼브랜드 SYJP 명동점도 올해 문을 닫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 1월 명동 일대 폐점 업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62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이랜드, 후아유, 게스 등 굵직한 패션 매장이 모두 명동에서 사라지고 공실로 남아 있다. 한때 호객 행위로 시끌벅적하던 신발 멀티숍인 레스모아, JD스포츠, 폴드 등은 줄줄이 영업을 중단했다.

패션 뷰티숍이 문을 닫은 자리에 아웃도어와 애슬레저 브랜드들이 낮아진 임대료를 활용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아이더는 명동에 공실로 놓여 있는 레스모아 매장 자리에 ‘아이더플래그십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아이더 관계자는 “지난해 아이더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한 이후 코로나19 이슈로 이렇다 할 퍼포먼스를 실행하지 못했다”며 “올 하반기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명소인 명동을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 중심에 있던 SPA브랜드 H&M 자리에는 나이키 매장이 들어섰다. 나이키는 명동에 플래그십스토어 문을 열면서 애슬레저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나이키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해외 관광객으로 붐빌 명동의 위상을 생각해 오래전부터 기획했다”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면 명동만 한 시장이 없다”고 말했다. 뉴발란스, 아디다스, 휠라 등 스포츠브랜드 등은 코로나 장기화 상황에서도 명동 매장을 유지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