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고려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주장이 제기됐다. 은행권에서 대출 연장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상황에서 오는 9월 대출 만기 시점에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16일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9월 말에서 내년 3월 말까지 6개월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연은 미국처럼 중소기업 채무의 일부 상환을 면제하되, 고용 창출이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기업에 그 혜택을 줘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노민선 중기연 미래전략연구단장은 “델타 변이 등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소기업발(發)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현시점에서 과감한 채무 부담 완화 정책을 쓰는 것이 향후 경기 악화에 따른 막대한 재정 투입을 막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은 204조원가량의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를 도왔지만 정부의 예산 투입은 거의 없었다”며 “미국은 중소기업의 원리금 면제 등으로 205억달러(약 24조원)를 직접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고용에 쓰인 대출금을 정부가 일부 상환해주는 ‘미국 근로자 급여보호 프로그램(PPP) 제도’를 벤치마킹해 고용 창출이나 R&D가 우수한 국내 혁신 중소기업에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들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심각한 자금 경색에 고전하고 있다. 나동명 한국전시·행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 사태로 각종 전시회·행사가 취소돼 1700여 개 국내 전시·행사업체 중 절반이 폐업 직전”이라며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재연장하지 않으면 상당수 중소기업이 신용불량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을 접으려 해도 모든 은행 대출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해 폐업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자를 갚으려고 야간 대리운전 등 ‘투잡’을 뛰는 사장도 많다”고 덧붙였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도 “대출 만기 연장 등 연착륙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은행권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 기업’만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출 만기 연장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중기연은 이 밖에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업종을 대상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업종에 대해선 지난 6월까지만 항공 여행 등 위기업종과 같은 수준(휴직수당의 90%)으로 지원했다가 7월부터 지원 규모가 휴직수당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