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토큰' 뛰어드는 스포츠팀
구단 의사결정에 투표권…VIP 행사 초청도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를 만나보세요!
▶무료 구독하기 hankyung.com/newsletter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지난 11일 19년 동안 몸담았던 스페인 FC바르셀로나를 떠나 프랑스 파리생제르맹(PSG)으로 이적했다. 메시가 계약금 일부를 암호화폐 일종인 'PSG 팬 토큰'으로 받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PSG 구단 측은 메시에게 준 팬 토큰의 양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많은 양을 줬다"고만 했다.

PSG 팬 토큰은 스포츠 팬덤에 특화한 블록체인 업체 칠리즈(Chiliz)가 만든 디지털 자산이다. 칠리즈는 여러 스포츠팀과 제휴를 맺고 이들을 위한 팬 토큰을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파트너십을 체결한 PSG 외에도 40여개 팀과 협력 관계다.
2013년 1월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한 리오넬 메시의 모습. 그는 발롱도르 역대 최다(6회) 수상자다. 로이터연합뉴스

2013년 1월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한 리오넬 메시의 모습. 그는 발롱도르 역대 최다(6회) 수상자다. 로이터연합뉴스

암호화폐와 스포츠 팬덤의 결합
팬 토큰을 구매한 사람들은 '팬 투표'에서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구단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PSG는 지금까지 팬 투표를 통해 주장 완장에 새길 메시지, 경기장 라커룸에 전달할 응원 문구, 축구 게임 'FIFA 22'에 반영될 PSG 커버 디자인 등을 결정해 왔다.

칠리즈 측은 "충성도 높고 열정적인 것으로 유명한 유럽의 축구 팬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팬 토큰은 칠리즈 자체 거래소나 칠리즈가 운영하는 팬 투표 플랫폼 소시오스닷컴에서 구매해야 한다.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구단의 팬 토큰은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돼 훨씬 자유롭게 거래되기도 한다. 예컨대 PSG 팬 토큰과 유벤투스 팬 토큰(JUV) 등은 국내 거래소 업비트의 BTC 마켓(원화가 아닌 비트코인으로 다른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시장)에 상장돼 있다.

팬 토큰은 주로 팬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유료 투표권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쓰임새를 더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즌권을 구매한 오프라인 VIP에 제공하던 혜택을 암호화폐를 사들인 온라인 VIP에게도 주는 것이다. 지난 6월 FC바르셀로나는 팬 토큰 보유자를 대상으로 홈구장 캄프 누에서 직접 경기를 뛸 수 있게 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와 21년의 동행을 마치고 팀을 떠나게 된 리오넬 메시가 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노우에서 열린 고별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쏟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와 21년의 동행을 마치고 팀을 떠나게 된 리오넬 메시가 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노우에서 열린 고별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쏟고 있다. AFP연합뉴스

축구·야구·농구 이어 UFC·F1에도 등장
칠리즈는 PSG, 유벤투스, FC바르셀로나를 비롯해 AC밀란, 맨체스터시티, 아스널,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인터밀란 등 유명 축구 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미국 야구(MLB), 아이스하키(NHL), 농구(NBA) 리그와 종합격투기 리그 UFC와 PFL, 레이싱 리그 F1 소속 팀과도 제휴했다.

명문 스포츠팀들이 팬 토큰에 주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돈이 될 것 같아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구단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입장권 판매가 급감한 상황이다. FC바르셀로나가 메시를 PSG로 떠나보낸 것도 재정 악화 탓이었다. 메시가 연봉 절반 삭감에 동의했음에도 FC바르셀로나는 재계약 포기를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율이 높은 미국, 영국 등에서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며 "스포츠팀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방식의 수익구조를 찾아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폼 잘팔리고 코인 뛰고, PSG 웃는다
로이터통신은 메시를 영입한 PSG가 팬 토큰 가격 급등으로 최소 1500만유로(약 200억원)의 수익을 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PSG는 이미 메시 유니폼 판매로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였다. 새 등번호 '30'이 박힌 메시 유니폼을 영입 후 24시간 동안에만 83만2000장 팔아치워 9000만유로(약 1230억원)를 챙겼다. 여기에 암호화폐로 수백억원의 수익을 더 올린 것이다.

외신들은 "PSG가 유럽 축구단에 선수 영입과 암호화폐를 연계한 새 수익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6월 1만5000원 선이던 PSG 팬 토큰은 메시의 입단 가능성이 커지자 덩달아 가격이 올라 7월 말 3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11일 메시 입단이 발표될 즈음에는 6만7000원대를 찍었고, 13일에는 오후 11시 기준 4만8000원 안팎에 거래됐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