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김영우 기자
시중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등 다른 금융권이 그렇듯이 저축은행들에도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자체 모바일 앱을 고도화해 편의성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2030 고객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연 20%)와 연내 가동될 것으로 보이는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등 굵직한 이슈들도 저축은행업계에는 위협적이다. 전통적 수익원이 위축된 데다 다른 업권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홍태 페퍼저축은행 재무관리본부장(전무·사진)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는 “페퍼저축은행의 모바일 앱인 페퍼루에서 ‘풀뱅킹’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연내 시스템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고금리 인하와 대환대출 플랫폼 등장 등으로 촉발된 중금리 대출시장의 무한경쟁 시대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그는 “우리는 자신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전 본부장을 만나 페퍼저축은행의 비전과 전략 등을 들어봤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전 본부장은 SC제일은행과 유니온저축은행 등을 거쳐 2013년 페퍼저축은행의 스타팅 멤버로 참여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소비자금융본부장(상무)을 거쳐 재무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의 디지털 현황은 어떤가.

“2019년 3월 페퍼루를 선보였다. 전체 고객 가운데 오프라인으로 유입된 고객과 페퍼루를 통해 들어온 고객 비중이 50 대 50 정도다. 아직 페퍼루는 소액 고객 비중이 높다. 오프라인의 50대 이상처럼 목돈을 맡기는 고객은 페퍼루에선 상대적으로 적다. 여신도 마찬가지다. 페퍼루를 통해 큰돈을 빌리는 고객은 아직 드물다. 금리가 높은 신용카드사의 대출 등에 대한 대환 성격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페퍼루의 2030 고객의 소득은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미래에 투자한다는 차원에서 이들은 소중한 고객이다.”

▷고객층의 연령대별 비중은.

“수신을 기준으로 보면 오프라인에서는 50대 이상이 약 80%를 차지하는 데 비해 페퍼루는 80% 이상이 40대 이하다. 페퍼루 앱으로 들어와 돈을 맡기는 고객 중 20~30대가 70% 가까이 된다. 여신도 비슷하다. 오프라인에선 40대 이상이 60%를 차지하지만 페퍼루에선 40대 이하가 60%를 웃돈다.”

▷페퍼루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예적금과 대출 신청, 계좌 개설, 간편이체, 계좌 거래내역 조회 등을 포함한 풀뱅킹 서비스 기능을 장착할 예정이다.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은 일부 상품에 대해서만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는 등 전면적인 자동화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

▷고객은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나.

“아직은 고객이 대출을 받으려 할 때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일이 많다. 자동화 시스템이 덜 갖춰진 부분이 있어 소득증명서를 비롯한 각종 서류를 오프라인으로 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료를 얼마 냈는지 등을 통한 역산으로 온라인상에서 추정소득을 활용할 수 있다. 개인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 주는 기능도 페퍼루에 넣을 것이다. 당연히 고객들의 편의성이 개선된다.”

▷페퍼저축은행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오프라인 영업점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에 한계가 있다. 보통 지하철로 4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곳에 사는 고객이 지점을 찾는다. 온라인에선 이런 물리적 제약이 없다. 페퍼루를 이용하는 고객 분포를 보면 제주도에도 있고 경남 김해에도 있다. 고객 범위를 대폭 늘릴 수 있는 기회다.”

▷정보기술(IT) 인력도 많이 필요하겠다.

“2013년 영업을 시작했을 땐 IT 전담 인력이 ‘제로’였다. 지금은 IT본부에만 20여 명이 있다. 작년 하반기에 디지털뱅킹사업본부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설립 초기부터 중금리 대출에 집중했다.

“장매튜 대표와 나를 비롯해 페퍼저축은행에 SC제일은행 출신이 꽤 있다. 국내 시중은행이 우량고객 대상 신용대출 시장을 꽉 잡고 있었기 때문에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중금리 대출을 많이 했다. SC제일은행 시절 익힌 중금리 대출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페퍼저축은행에서도 중금리 대출 업무를 중점적으로 취급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 중금리 대출을 공략한 사실상 최초의 시도였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법정 최고금리가 연 30~40%에 달할 때라 다른 저축은행은 고금리 대출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금리 단층현상을 해결해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도 컸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인하된 것에 타격은 없나.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가면서 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동안에도 경쟁은 치열했다. 중금리 대출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들어온다고 해서 페퍼저축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지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산 규모가 20~30배 커질 동안에 리스크 관리도 잘했다. 자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위기라고 보나, 기회라고 보나.

“실보다 득이 많다고 생각한다. ‘피어 그룹’ 내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겠지만 우리는 우리 고객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생긴 셈이다.”

▷소비자 금융 이외에 강화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

“현재 소비자 금융이 50~60%, 모기지가 30%, 기업금융이 10~20% 수준이다. 기업금융 부문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기존엔 기업신용이나 기업담보 쪽에 집중했다면 투자금융 쪽을 강화해보려 한다. 1금융권에선 대기업 고객에 대출을 비롯한 여러 금융 수요를 원스톱으로 해결해준다. 우리도 중소기업을 상대로 이런 서비스를 해보려 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