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계 첫 웨어러블용 '5나노 AP' 개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웨어러블 기기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W920’(사진)을 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엑시노스 W920은 차기 갤럭시 워치4에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 W920에 5㎚ 공정을 적용한 것은 그만큼 성능과 전력 효율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회로 선폭이 좁아질수록 반도체 사양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5㎚ 공정을 소화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용 프로세서로는 처음으로 최신 극자외선(EUV) 장비를 활용했다.

EUV는 파장 길이가 13.5㎚에 불과한 전자기파다. 기존 공정기술에 활용된 불화아르곤(ArF) 광원의 14분의 1 수준이다. 10㎚ 미만 반도체 회로를 생산하려면 EUV 장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같은 기술이 적용된 엑시노스 W920은 이전 제품에 비해 CPU 성능이 약 20%, 그래픽 성능은 10배 이상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초소형 프로세서를 만들기 위해 최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도 활용했다. 이는 반도체 칩을 장착할 기기에 맞는 형태로 가공하는 기술이다. 고온, 불순물, 물리적 충격 등 외부 요인으로부터 집적회로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폰보다 크기가 작아 고난도의 패키징 기술을 필요로 한다. 스마트워치나 무선이어폰처럼 피부에 부착해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W920에 반도체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패키징 기술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징(FO-PLP)’을 적용했다. 팬아웃은 입출력 단자 배선을 칩 바깥으로 뺀다는 뜻이다. 패널레벨패키징은 사각형 패널 단위로 패키징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칩의 집적도를 높여 크기는 줄이고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였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엑시노스 W920은 야외에서의 빠른 통신을 위한 LTE(4세대 이동통신)와 정확한 위치정보 파악에 필요한 위성항법시스템(GNSS L1)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를 중심으로 웨어러블용 ‘엑시노스 W’, 사물인터넷(IoT) 용 ‘엑시노스 i’, 차량용 ‘엑시노스 오토’ 제품을 출시했다.

조장호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스마트워치는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사용자의 건강과 재미를 책임지는 핵심 웨어러블 기기로 발전하고 있다”며 “엑시노스 W920을 적용하는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는 끊김 없는 통신과 빠른 사용자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