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마스크도 하지 않을채 거침없이 전국 호텔 곳곳을 누비는 인플루언서가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비난 받겠지만, 이 인플루언서의 경우는 다르다. 가상 인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되면서 호텔업계가 가상 인플루언서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가상 인간은 방역지침의 제재를 받지 않으면서 호텔 곳곳을 소개할 수 있다. 호텔이 원하는대로 다양한 의상과 포즈로 인증샷도 찍어준다.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캐릭터인 만큼 '호텔이 유행을 선도한다'는 느낌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 레스케이프와 반얀트리는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를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웠다. 로지는 사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가상 인간이다. 레스케이프는 지난 달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줘서 고맙다(Thank you for sharing the moment with us.)"란 문구와 함께 로지가 호캉스를 즐기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로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사진=반얀트리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반얀트리 인스타그램 캡처]
반얀트리 역시 지난 6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호텔 수영장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로지의 사진과 함께 "무더운 여름 휴가지로 로지가 선택한 호텔은, 휴양지 감성 로지픽"이란 글을 올렸다. 반얀트리 측은 "가상 인플루언서 겸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로지가 도심 속 오아시스 반얀트리 서울의 오아시스 야외 수영장에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누리꾼들은 "코로나19를 조심하지 않아도 돼 좋겠다. 내 몫까지 즐겨달라" 등의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해당 게시글은 게재 4일만에 '좋아요'가 4000개를 넘겼다.
[사진=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호텔업계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코로나19 시국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로지의 존재가 트렌드를 선도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이 호텔을 방문해 마스크도 안 끼고 인증샷을 올리면 비판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로지는 가상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어 "최신 기술이 접목된 가상 인플루언서인만큼 로지를 내세운 마케팅은 유행에 발맞춰 나간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가상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아직 로지 등 가상 인플루언서의 활동이 초기단계다. 다만 해외에서는 활동 반경과 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

대표적으로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브러드가 만든 '릴 미켈라'는 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음반을 내 1170만 달러(130억원)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무려 300만 명에 달한다. 로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0일 기준 4만6000명 수준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기업이 인플루언스에 쓰는 마케팅 비용이 2019년 80억달러(약 9조원) 규모에서 2022년 150억달러(약 17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로지가 이름을 제대로 알린 광고는 보험사 '신한라이프'의 광고였다"며 "메타버스 유행을 타고 금융은 물론이고 호텔, 뷰티까지 분야와 관련없이 가상 인플루언서의 활동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