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제시한 가운데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민들이 서울 남대문로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에 설치된 전력수급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신경훈  기자
정부가 5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제시한 가운데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민들이 서울 남대문로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에 설치된 전력수급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신경훈 기자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제시했다. 이 초안에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는 계획이 담겼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현재보다 76배나 확대하는 구상도 포함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짜맞추기 대책”이란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탄소중립은 환경오염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탄소를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상쇄(흡수)해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탄소중립위가 내놓은 초안은 3개 시나리오로 구성됐다. 1안은 7기의 석탄발전소를 유지하며 탄소 순배출량을 2540만t으로 감축하는 게 목표다. 2안은 석탄발전을 중단하고, 일부 LNG 발전을 활용해 탄소 순배출량을 1870만t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3안은 석탄·LNG발전 전면 중단을 가정해 완전한 의미의 탄소중립(넷제로) 실현을 꾀한다.

1~3안은 공통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현행 6.5%에서 각각 56.6~70.8%로 대폭 확대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수소, 암모니아 발전 등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무탄소 신전원’ 비중을 14.1~21.4% 늘리는 대책도 포함됐다.

윤순진 탄소중립위 민간위원장은 “각 시나리오는 다양한 미래 모습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반드시 3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선 탄소중립위가 완전한 넷제로인 3안에 사실상 무게추를 두고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탄소중립위는 다음달까지 일반 국민, 산업계, 시민사회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10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최종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산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3개 시나리오 모두 산업 부문은 2050년까지 2018년 탄소배출량 대비 80%를 감축해야 한다”며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면 일자리 감소는 물론 국제경쟁력 저하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