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호텔업계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본격적인 생존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무작정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네트워크 확장’ ‘국내 브랜드 고급화’ ‘자산 매각을 통한 경량화’ 등 다각적으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2025년 베트남에 최상급 브랜드 시그니엘 3호점을 열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지난해 문을 연 롯데호텔 시애틀에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째 해외 점포다. 롯데호텔은 해외에 총 1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호텔이 최근 미주 법인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 호텔 경영자 출신 짐 페트러스는 외신 인터뷰에서 현재 세 곳인 미국 롯데호텔 수를 5년 내 20개로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호텔 ‘글로벌 체인화’는 그룹 차원의 전략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2025년까지 롯데호텔 객실 수를 3만 실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당시 객실 수(약 1만1000실)의 두 배 이상이다. 롯데호텔은 영미 등 해외 호텔 매물도 물색 중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자체 브랜드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 2019년까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 외 자체 브랜드가 없었다.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의 브랜드 ‘웨스틴’, ‘포포인츠 바이쉐라톤’을 사용해왔으나 지난해부터 독자 브랜드 호텔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5성급 브랜드인 ‘그랜드 조선’을 부산과 제주에, 경기 판교에 비즈니스 호텔 ‘그래비티’를 열었다. 올 들어선 최고급 자체 브랜드 ‘조선 팰리스 강남’으로 브랜드를 다각화했다. 자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만큼 당분간은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전남 여수 벨메르 호텔을 개장하면서 개발 과정부터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세워 자산을 유동화했다. 부동산은 매각하고 운영권만 남겨 투자금을 회수했다. 경영 효율화로 신규 투자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사이판월드리조트와 골프장 골든베이CC 등도 자산 유동화를 추진 중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 들어 아쿠아리움 및 식음(F&B) 사업부문도 물적분할했다. 본업인 호텔 및 레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