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거나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받는 일반적인 형태의 보험이 아니라 평상시 쇼핑 할인이나 상품권 등 혜택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구독 보험’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됐다. 먼 미래보다 현재의 삶에 보다 의미를 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상품이란 평가다. 보험업계도 금융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MZ세대발 디지털 전환 트렌드’에 따라 패러다임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젠 보험도 구독"…한화생명, 2030 공략

이마트·편의점서 보험금 쓴다

한화생명은 4일 이마트, GS25, 프레시지와 각각 제휴해 만든 ‘라이프플러스구독보험(무)’ 신상품 3종을 출시했다. 매달 보험료를 내면 그달에 보험금보다 더 많은 소비 혜택을 쿠폰, 포인트로 주는 형태다. 만기를 채우면 소정의 현금과 이자를 만기 보험금으로 환급해준다. 가입기간 낸 총 보험료 대비 120~130% 수준의 금전적 혜택을 받아갈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번에 출시된 3종의 보험은 각 제휴처에서 쇼핑할 때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마트 할인 구독보험’은 월 3만원의 보험료를 내면 매달 이마트 모바일 상품권 3만3000원권과 5000원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매달 1500원은 별도로 적립해 만기(1년) 때 1만8000원과 이에 해당하는 이자를 준다.

‘GS25 편맥 구독보험’은 편의점에서 맥주를 즐기는 일명 ‘편맥족’을 겨냥했다. 매달 9500원을 내면 1만원짜리 맥주 4캔 세트를 9000원에 살 수 있는 쿠폰과 함께 1500원의 현금성 포인트도 준다. 연간 보험료(11만4000원)를 내고 편의점에서 14만2000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프레시지 밀키트 구독 보험’에 가입하면 이 회사 밀키트를 최대 47% 할인된 가격에 주문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매달 제공한다. 취향에 따라 다른 밀키트 패키지를 고를 수 있고, 만기 시 현금(최대 4만8000원)도 추가로 지급한다.

취미·보육 서비스 구독 시대

한화생명이 구독 보험을 출시한 것은 현재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사망 보험금을 받기 위한 종신 보험,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 보험 등 기존 주력 상품이 젊은 세대에서 지속적으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인 김동원 디지털담당 부사장(36)이 상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규제였다. 현행법상 포인트나 상품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특례를 적용받아 2년간 한시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기존 보험은 질병, 상해, 사망 등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해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며 “매달 특정 서비스를 구독하듯 중도 보험금으로 원하는 혜택을 받아갈 수 있다면 보험의 저변이 크게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식음료 외에 생활 전반으로 구독 보험 영역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화생명은 오는 10월 5종의 라이프케어·웰니스에 초점을 맞춘 구독 보험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예를 들어 △전문강사 PT(퍼스널 트레이닝) △영양제 △와인 △음원 스트리밍 △아이 돌봄 프로그램 등을 매달 구독하고 이를 보험금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향후 규제가 완전히 풀린다면 새로운 보험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기대다. 한화생명은 “MZ세대의 니즈에 맞는 구독 보험을 다양하게 선보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겠다”고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