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청렴권고안' 제정 계획

농민단체 "코로나로 어려운데…
추석 앞두고 판매 크게 위축될 것"

"민간 영역 지나치게 침해" 논란
정부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을 공직자 등뿐 아니라 민간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정부가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의 판매 위축을 우려한 농민단체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영란法' 민간 확대 추진…농민단체 뿔났다

4일 농민단체 등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오는 13일 시민사회와 경제계 대표가 참여하는 ‘청렴사회민관협의회’에서 김영란법의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관련 규정을 민간에도 적용하는 ‘청렴선물권고안’을 제정할 계획이다.

농민단체들은 권익위가 음식물 3만원, 경조사비 5만원(화환 10만원), 선물 5만원(농축수산물 10만원) 등 김영란법 규정을 민간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는 법이 아닌 윤리강령 형태로 제시돼 위반해도 처벌받지는 않는다.

농민단체들은 권익위의 김영란법 민간 확대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청탁금지법을 확대 적용하면 코로나19와 폭염으로 피해를 본 농축산인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달 말 “권고안이 시행되면 국민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농축수산물 소비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권고안 시행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농민단체의 반발이 거센 것은 2017년 김영란법 시행 이후 농축수산물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이었던 2017년 추석 신선식품 매출은 직전 명절 대비 22%가량 감소했다. 농민단체들은 김영란법 민간 적용 방침을 철회하고,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때처럼 명절에는 청탁금지법상 선물 가액을 2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이 자율적으로 정할 부분까지 규제를 추진해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권익위가 모든 국민을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시각으로 어떻게 국민과 소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대상이 되는 민간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도 모호하다. 권익위 초안에 따르면 권고안 적용 대상자는 ‘민간영역의 이해관계자’라고만 돼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족 간이라도 다른 사회적 지위에 따라 이해관계자로 분류될 여지가 있다”며 “모호한 규정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고 선물하는 문화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민단체들은 11일 권익위와 면담을 통해 입장을 최종적으로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 관계자는 “명절 선물 부담을 토로하는 하청기업 등을 고려해 권고안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농민단체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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