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배진한 충남대 명예교수

"임금 낮은 지역 노동수요 높아져
기업유치·일자리 창출에 도움"
배진한 충남대 명예교수

배진한 충남대 명예교수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최근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정치권 안팎이 시끄럽다. 최 전 원장이 지난달 31일 “일자리를 없애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 없다”며 최저임금 차등화를 주장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지역 차별을 조장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그동안 경영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기업의 임금지불능력과 소득, 물가 수준 등이 지역 마다 천차만별이란 이유에서다. “급격한 최저임금으로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저임금 근로자에게 재취업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주장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논거로 사용됐다. 하지만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뒤로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된 적은 없다. △지역별 노동력 수급 왜곡 △지역균형발전 저해 등 이유가 발목을 잡았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40년 간 노동시장을 연구해 온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사진)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 적용이 되레 지역간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금분포가 낮은 지역에선 노동 수요가 많아져 고용이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노동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한 노동경제학계 원로다. 최재형 전 원장은 배 명예교수의 “임금지급 능력에 따라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기업유치와 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언급(7월31일자 한국경제신문 A1·3면 참조)을 인용하며 “이 분 말씀이 현실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저임금 지역 차등화’가 지역 차별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은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고, 그것이 결과로 나타납니다. 독과점이나 시장 실패가 현저한 수준이 아니라면, 임금분포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노동시장은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통해 노동 수요가 많아지고 일자리 창출도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경쟁의 힘에 의해 지역 간 격차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심화해 최저임금 시행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2011년부터 한국의 최저임금은 ‘상대적 빈곤선’인 중위임금 50% 수준을 상회하다가 지난해에는 (중위임금 50%의) 1.3배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 정도로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지역별로 기업의 임금지불능력도 차이를 보입니다. 일자리 문제 측면에서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화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화’가 헌법 정신에 위반된다는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체제가 헌법정신 위배나 지역 차별이라는 판단은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이 구인난을 겪을 수 있고, 비수도권 청년이 지역을 떠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연구 결과, 전국에 일률적인 최저임금이 적용될 때 임금 분포가 낮은 지역일수록 청년, 여성, 장년층의 고용률이 낮고 실업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자영업까지도 뚜렷하게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폐업 후 실업자가 되거나 저임금 근로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정한다고 해서 노동력 수급이 왜곡되고 지역균형발전이 저해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현재 수도권 중심으로 일자리가 창출돼 수도권과 지역의 일자리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1일 생활권이라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화가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국이 1일 생활권이라는 지적도 주거비용과 직장 위치, 교통비 등이 지역별로 제각각이기 때문에 설득력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현행법으로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화’가 가능합니까

“현행 최저임금법에서는 사업의 종류별로만 최저임금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주도의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역단위별 최저임금위원회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행정조직도 구성해야 합니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한국의 지역 및 경제적 특성이 유사한 국가 중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곳이 있습니까.

“인근 일본은 지역의 최저임금을 지역 주도로 결정합니다. 산업구조가 한국과 상당히 유사한 편인데, 그동안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도권보다 지방 도시의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이 높게 나타나는데, 원인이 무엇입니까.

“지방도시에서 최저임금미만율이 높은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방 도시는 임금지불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영업이나 영세기업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산업구조도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등 전통적인 서비스산업이나 농림어업 등의 비중이 높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해법이 필요합니까.

“저임금 근로자에게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사정에 맞게 지역주도로 최저임금을 결정해나가는 체제를 구축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저임금 결정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이해당사자 중 어느 일방이 실질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이해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청취한 다음 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해야 합니까.

“17개 시도가 각각 최저임금제도를 운영한다면 행정비용이 매우 많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영동권, 영남권 등 권역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지역의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에 맞은 최저임금을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대 효과는 기업유치 가능성 제고, 권역별 노동정책 인프라 구축, 지자체의 노동정책 역량 강화 등이 예상됩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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