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의 비정규직 소방대원들이 정규직 전환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불과 10개월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스공사 위탁소방대 파업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가스공사 위탁소방대는 4일 가스공사 본사 앞 노숙농성을 시작으로, 5일부터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위탁소방대원들은 평소 안전관리업무를 맡고, 화재가 발생하면 119소방대가 오기 전까지 초기 대응을 하는 용역업체 직원이다. 가스공사는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자체 소방대와 위탁소방대를 각각 운영한다. 가스공사 인천·평택·통영·삼척 기지에는 기지별로 13명씩 총 52명의 위탁소방대원이 근무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2017년부터 가스공사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정규직 전환 협상을 벌여왔다. 이날 파업에 들어간 위탁소방대를 비롯해 안전관리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2018년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세부 협상안을 놓고 노사가 이견을 보이면서 정규직 전환이 지연돼왔다.

위탁소방대의 요구안은 △정규직 전환 △임금 인상 △가스공사(원청)와 직접 교섭 △인력 충원과 교대제 개편 등 크게 네 가지다. 위탁소방대는 오는 16일까지 가스공사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17일부터 미화 직종까지 포함해 전국지사 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말기에 들어서자 대선 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이행을 촉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민간기업 정규직인 고객센터 직원들을 공단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문제를 놓고 노사·노노 갈등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다. 앞서 작년 6월 인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 등 주요 공공기관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이지훈/곽용희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