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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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낸 고승범 금통위원 외에 다른 네 명 위원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가까운 시점”이나 “늦지 않은 시기”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17일 공개한 ‘2021년도 제15차 금통위 정기 의사록(7월 15일 개최)’을 보면 고승범 위원은 “지금과 같은 부채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과도한 부채부담으로 금리 정상화가 불가능해지는 이른바 ‘부채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며 “금융안정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금융안정을 확고히 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통화정책으로 경제안정의 기틀을 다지는 한편 성장을 위한 구조적 문제는 정부 정책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들도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위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맞추어 이례적으로 완화한 금융여건이 금융불균형을 불러왔다”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가까운 시일 내에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대면소비 회복이 다소 더뎌질 것”이라면서도 “청·장년층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데다 정부의 소득지원 정책도 추진되는 만큼 민간소비 개선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통화정책의 완화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우려한 금융불균형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국내경제는 기조적인 회복흐름이 지속되는 한편 소비자물가의 오름폭이 지난 5월의 한은 전망치(1.8%)를 웃돌 것”이라며 “금융불균형 위험도 커지는 점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금융불균형 누적이 지속되고 있고 아파트 매매 및 전세 가격도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지금 예측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수개월 안에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상영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경기회복이 안정적 확장세로 이어지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논의는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루어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 가운데 유일한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 의견을 낸 것이다.

고 위원을 비롯해 5명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이르면 이달 26일 열리는 금통위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이달 발표하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물가·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8월 인상론을 뒷받침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