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책 부재…여당 약속 '공급 폭탄' 가물가물
전문가 "발상의 전환 필요…단기 공급 늘리고 임대차법 보완해야"
부동산 레임덕 현실화하나…돌파구 없는 정책 리더십(종합)

부동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대국민 담화 이후에도 시장 분위기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대책 부재에 빠져 있고, 정책 주도를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폭풍에 휩싸여 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 광풍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초저금리와 유례없는 재정 확대로 올해 1분기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40개국 가운데 37개국의 평균 집값은 9.4%나 뛰었다.

하지만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할 경우 서민·청년층의 주거 안정은 갈수록 요원해진다.

시장에서는 이러다가 정부가 집값의 고삐를 잡지 못한 채 임기를 종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무기력한 정책 리더십…집값 상승 지속
정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본격적으로 집값 고점론을 거론하며 추격 매수를 경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였다.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시장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홍 부총리의 집값 과열 경고는 지난달 28일 대국민 담화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0.27%, 수도권은 0.36% 올라 전주 상승 폭을 유지했고, 서울은 0.18%로 전주(0.19%)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전국 176개 시군구 가운데 전주 대비 오른 곳이 170곳에 달했다.

전국 아파트값은 2019년 9월 셋째주(23일)부터,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6월 둘째 주(8일)부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도 서울은 2019년 7월 첫 주(1일) 이후, 전국은 2019년 9월 둘째 주(9일) 이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26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으나 약발이 듣지 않자 조바심을 느낀 정부는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는 경고만 계속할 뿐 시장 분위기를 추스를 만한 이렇다 할 추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지난 재보선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언급한 이후 정책과 관련한 공개 지시는 나오지 않았다.

김부겸 총리 역시 지난 6월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부동산과 관련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어디에서 훔쳐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을 뿐 시장 안정에 대한 추가 언급은 없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대출 억제 등 돈줄 조이기에 나섰지만, 주택 매수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이 이미 소진됐고 남은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을 밀어 올리는 가장 큰 요인인 유동성 흡수를 위해 한은의 금리 인상이 강력한 시그널이 될 수 있겠지만 올해와 내년 두 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추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여당 약속 '공급 폭탄' 가물가물…임대차법 손질 등 물꼬 틔워야
지난 4·7 재·보궐 선거 이후 여당인 민주당은 부동산 민심을 받들겠다며 정책의 당 주도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을 부동산 정책으로 보고 민심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개편과 함께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약속했었다.

민주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종부세 대상자를 상위 2%로 압축하고,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와 양도세를 완화하는 등의 부동산 세제 보완책을 내놨으나 정작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공급 대책은 '추후 논의'로 돌렸다.

지난 5월 27일 민주당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재 개선안'을 발표할 당시 김진표 부동산 특위 위원장은 "총리실과 당 정책위가 각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추가공급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했고, 송영길 대표는 6월 16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정부와 민주당은 추가 부지를 발굴해 폭탄에 가까운 과감한 공급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이 질릴 정도의' 압도적 공급 대책'에 대한 당내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여당은 다주택자가 매물을 토해내도록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약발은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확실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수록 시장 안정은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 신뢰성을 상실해 시장을 컨트롤할 힘을 잃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재건축 실거주 2년 요건을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이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줬듯이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임대차법이나 다주택자 규제, 재건축 규제 등에서의 정책 전환 없이 시장 안정의 물꼬를 트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허윤경 연구위원도 "정부가 애는 쓰고 있으나 세제 개편이나 공급 대책에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확실한 시그널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임대차 제도 손질 등 작은 것이라도 시장의 숨통을 터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도심 정비사업을 서둘러 2∼3년 이내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단기대책과 함께 전국 228만 채에 이르는 다주택자 소유 매물이 시장에 출회될 수 있도록 양도세 인센티브 등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고 원장은 "현재 정부의 공급 대책은 빨라야 4∼5년 후에 공급되는 것이어서 주택 매수 수요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확실한 단기 공급책이 필요하다"면서 "집값 버블이 심하니 추격 매수를 하지 말라는 경고만으로는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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