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낮춘 제품을 내놓고 국내 배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지난달 29일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전격 공개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가장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나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비해 자원이 광범위한 지역에 매장돼 있어 저렴한 장점이 있다. 완제품도 리튬 기반 배터리 대비 훨씬 싼값에 공급 가능하다.

가뜩이나 공급부족에 시달려 수급이 불안정한 배터리 시장에서 저렴한 배터리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전략은 국내 업체들에겐 위협 요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오는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품귀 사태를 빚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는 데 반해 배터리 공급이 이를 쫓아오지 못한다는 것. BoA는 2025~2026년 세계 배터리 생산 가동률이 85%임에도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밀도가 최대 500Wh(와트시)/kg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3분의 1 이상 밀도가 낮다. 에너지 밀도가 낮으면 주행 거리가 줄어든다.

이에 대해 CATL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kg당 160Wh 수준이고 배터리 80%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5분 정도 빠르다"며 "영하 20도에서도 에너지 밀도가 90% 이상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밀도가 떨어져 주행 거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향후 제조 공정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최대 배터리 업체인 파나소닉도 '반값 공세'를 펼치고 있다.

파나소닉은 도요타와 함께 설립한 합작사를 통해 내년까지 배터리 생산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2025년에는 최대 70%까지 줄이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팩 제조원가는 Wh당 100달러 수준인데 이를 50달러까지 낮춰 완성차 업체에 저렴한 가격에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중국과 일본 배터리 업체들의 '협공'은 국내 주요 기업들을 겨냥한 행보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중국 시장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양을 집계한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이 16.4GWh를 기록해 전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172.9% 증가한 수치다. 점유율로는 이 기간 28.8%에서 35.5%로 올랐다.

삼성SDI(727,000 +0.28%)는 4.7GWh로 전년 동기보다 106.1% 늘어 점유율 10.1%로 3위를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235,500 -0.63%)은 4.5GWh로 점유율 9.7%를 기록해 4위였다. 국내 배터리 주요 업체들의 점유율만 이 기간 55.3%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넘었다.

반면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은 지난해 기준 약 85%의 매출액을 자국 시장에서 냈다. 해외 시장만 놓고 보면 순위가 5위까지 밀린다. 파나소닉도 품질에선 국내 기업에, 가격에선 중국 기업에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라는 게 내부 고민이다. 파나소닉의 1~5월 배터리 점유율은 27.8%로 지난해(34.1%)보다 크게 떨어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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