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금융 앱 토스가 ‘송금 수수료 폐지’를 선언했다. 토스에서는 은행, 증권사,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여러 계좌를 연결해 돈을 부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금융회사 송금이 무제한 공짜가 되는 셈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핀테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송금 수수료 장벽 없애겠다”

토스의 파격…"송금 수수료 평생 무료"
토스 운영업체 비바리퍼블리카는 2일 “모든 이용자에게 송금 수수료 평생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전까진 월 10회까지 무료였고, 이 횟수를 넘기면 건당 500원을 받았다.

오는 9월 영업을 시작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도 송금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토스뱅크는 앱을 따로 깔지 않고 토스 안에서 이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토스 하나로 모든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해 이용자를 꽉 묶어놓겠다는 ‘슈퍼 앱(super app)’ 전략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사진)는 “소비자가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송금 영역에서 심리적 장벽을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며 “독보적 만족감을 제공해 다른 금융 플랫폼과 차별화하겠다”고 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 중 모바일뱅킹 타행이체 수수료를 조건 없이 면제하는 곳은 카카오·케이뱅크와 산업·기업·부산·씨티은행 등 6개뿐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대형 은행에서 수수료를 면제받으려면 거래 실적을 채우거나 특정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핀테크시장 점유율 확대 노려

토스의 파격…"송금 수수료 평생 무료"
무료 송금은 이용자에겐 편리해도 핀테크 스타트업에는 ‘돈 먹는 하마’였다. 은행 전산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매번 비용을 내야 해서다. 간편송금 분야에서 토스의 최대 경쟁자인 카카오페이 역시 월 10회 무료 정책을 유지해온 이유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모두 출범 초창기 ‘완전 무료’를 제시했다가 비용 부담 탓에 횟수 제한을 내걸었다.

토스의 개별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해 전체 영업비용(1990억원)의 43.7%(871억원)가 송금 등 지급 수수료로 나갔다. 지난해 오픈뱅킹 시행으로 이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송금량 자체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토스에 따르면 2015년 출시 이후 누적 송금액은 약 169조원이고, 최근 월 송금액은 6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는 “토스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이 고객 중심적 사고”라며 “재무적 손해는 감수할 것”이라고 했다. 핀테크 기업은 편리한 조회·이체 기능을 ‘미끼’로 손님을 모은 뒤 금융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어떻게든 ‘규모의 경제’를 완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음달 출범 토뱅, 시험 가동 한창

토스 가입자는 지난 5월 2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30대 이하가 56%를 차지하고 있다. 3월에 출범한 토스증권은 석 달 만에 가입자 350만 명을 끌어모았다. 9월 말 문을 여는 토스뱅크는 예금, 대출, 카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상품을 쏟아내 선발 인터넷은행을 따라잡겠다는 각오다. 저축상품에서는 복잡한 조건 없이 기존 은행보다 많은 이자를 주고, 체크카드는 딱 한 장으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대출은 고신용·고소득 직장인 외에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도 주력 상품으로 밀기로 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27일부터 내부 임직원 160여 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토스 관계자는 “신규 계좌 개설이 40~50초 안에 가능할 정도의 간편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토스뱅크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최대주주(34%)이며 하나은행, SC제일은행,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월드, 한화투자증권(각 10%), 웰컴저축은행(5%)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