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느낌이 다르다. 최대의 두려움은 사라진 것 같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지난 주말 시장분석 자료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남긴 촌평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업계 내부에서조차 “폭락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비관론이 잇따를 정도로 얼어붙었던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희망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열흘 만에 30% 반등하면서 5월 말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최근 상승세가 ‘데드 캣 바운스’(약세장에서 일시적 반등)일 수 있다는 경고도 여전하다.
비트코인 10일째 랠리…추가 상승엔 이견

비트코인 “영차! 영차!”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부터 열흘 연속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되기 때문에 주식과 달리 장 시작·마감시간이 없지만 협정표준시(UTC)를 기준으로 시초가·종가를 산정하기도 한다. 코인마켓캡의 일일 시세기록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0일 2만9800달러에서 21일 3만2100달러로 오른 뒤 계속 상승해 31일 4만2390달러를 찍었다. 이는 ‘검은 수요일’(5월 19일 대폭락) 직후인 5월 20일 이후 최고치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암호화폐 매체 코인데스크는 “10일 연속 상승은 2013년 이후 8년 만의 최장 기록”이라고 했다.

비트코인이 진짜 바닥을 쳤는지를 놓고 업계에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판타즈 발라니 델타익스체인지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이 4만2000달러에 진입한 뒤 4만5000달러 돌파를 시도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반면 암호화폐 업체 에쿼넥스는 “비트코인 가격 지지선은 아직 4만달러 아래에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영 후오비코리아 연구원은 “각국의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큰 변수”라며 “시장의 규칙이 정해지는 것이 장기적으론 긍정적일 수 있지만 과도기에는 큰 조정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거래대금 10조원 안팎으로 늘어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장주’인 만큼 시장 전체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식어가는 투자 열기에 당혹스러워하던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들도 다소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업비트에 따르면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7월 한 달 동안 22% 뛰었다. 1일에는 오후 한때 5000만원대 턱밑(4947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더리움값은 300만원을 돌파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월 22조원에서 6월 6조7000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7월 말부터는 10조원 안팎으로 다시 늘어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뜨면 다른 코인 거래도 함께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어 거래대금이 불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절정기에 비해서는 거래대금이 많이 줄어든 만큼 전고점 수준의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지표인 ‘김치 프리미엄’(해외 시세 대비 웃돈)은 완전히 사라졌다. 5월 20%를 넘기도 했던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은 7월 말부터 0%대로 굳어져 있다. 거래소 규제가 강화된 데다 고점에 진입해 물린 사람이 많아 투자 심리가 경색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관심권에서 밀리고, 등락폭이 큰 일부 ‘잡코인’ 위주로 단타 거래가 몰리는 양상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