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간 순매도 25조에 근접…"환율·중국정부 규제 리스크가 관건"
돌아오지 않는 외국인…올해 한국주식 약 24조 순매도
올해 한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서 차츰 회복하는 가운데서도 외국인이 이미 작년 한 해와 비슷한 규모로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연초부터 지난달 30일까지 7개월간 유가증권시장·코스닥에서 총 23조9천93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작년 연간 외국인 순매도 금액(24조8천147억원)에 거의 근접한 규모다.

외국인은 올해 4월 불과 919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6개월 모두 순매도를 나타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월 3천857억원 순매수로 한국 증시 복귀 기대감을 키웠다가 5월(8조4천910억원), 6월(7천억원)에 이어 7월(5조725억원)까지 3개월 연속 순매도를 지속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 기간 코스피는 3,300선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의 발걸음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이처럼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외면'하는 배경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코로나19 4차 유행 등에 따른 원화 약세다.

연초 달러당 1,082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 현재 1,150원대로 치솟은 상태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의 자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초강력 규제·제재로 중국 증시가 휘청거린 것도 위안화 등 신흥국 전반의 통화 약세와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 유출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의 주요 표적인 알리바바, 텐센트(騰迅·텅쉰), 메이퇀(美團)은 홍콩 증시에서 연중 고점에 비해 29.21%, 37.51%, 52.37% 각각 급락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적이었던 국내와 일본 등 한국 인접 국가에서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면서 원화가 뚜렷한 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빅테크 규제 관련 불확실성도 있다 보니 이런 달러 강세 구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신흥국 주식을 살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문제는 신흥국 주식시장이 매력을 잃고 패시브 자금 유입 둔화를 겪고 있다는 점"이라며 "여기에는 중국 정부 빅테크 규제 강화에 따른 기술주 하락이 상당 부분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외국인이 돌아오려면 원화 약세·달러 강세 중단과 중국 정부 규제 관련 불확실성의 해소가 중요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명지 연구원은 "외국인 국내 증시 복귀 여부의 관건은 한마디로 통화 가치 안정"이라며 "원화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달러 강세가 꺾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규제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신흥국 증시 이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고려한다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곧바로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국인의 복귀 여부가 곧바로 우리 증시의 약세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노동길 연구원은 "코스피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외국인의 귀환이 필요하다"면서도 "외국인 수급이 약화했거나 전망이 나쁘다고 해서 국내 주식 비중을 공격적으로 줄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외국인이 떠나고 남은 빈자리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메웠다"며 "외국인이 올린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이 떠나고 있다고 해서 국내 주식시장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 외국인 올해 주식 순매도 추이(단위 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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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 │ 유가증권시장 │ 코스닥 │ 합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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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 -52,154│ -6,179│ -58,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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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 -20,083│ -203│ -20,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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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12,160│ -2,661│ -1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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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 3,857│ -2,938│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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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 -84,910│ -4,976│ -89,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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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 -7,000│ -2,020│ -9,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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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 -50,725│ 2,221│ -48,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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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계 │ -223,176│ -16,756│ -239,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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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거래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