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을 추진 중인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인수 의향자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다.”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은 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매각이나 인수합병(M&A)에 금융위가 언급하거나 개입하는 데 조심스럽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글로벌 본사 차원의 국가별 사업 재편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 러시아 등 13개국에서 소비자금융 부문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씨티은행 측은 관련 부문 매각에 나섰고 대형 금융지주회사를 비롯한 잠재 후보자들이 인수 가격 제시를 위한 자산·부채 등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은 위원장은 이날 ‘가능하다면’ 통매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통매각을 통해 고용이 유지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사측과 노동조합이 동의하고 금융당국도 희망한다”며 “문제의 핵심은 ‘가능하다면’에 있다”고 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같이 도와줄 것”이라고 약속했다.통매각의 핵심 변수로는 직원 고용 승계가 첫손에 꼽힌다. 잠재 후보자들이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 알짜 사업만 선별 매수하거나 영업양수도가 아닌 자산·부채 인수(P&A) 방식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동조합이 정치권을 등에 업고 ‘통매각’ 외 다른 방식을 결사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금융위 관계자는 은 위원장의 통매각 발언에 대해 “‘가능하다면’에 방점이 찍혀 있는 원론적인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통매각이 안 되면 일부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은 위원장은 이날 특정금융정보법상 암호화폐거래소 신고를 위해 은행 실명계좌 연계를 전제 조건으로 삼은 것과 관련해 “은행이 1차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0만원 이상 거래하면 은행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할 의무가 있는 것과 같다”며 “충분히 이걸(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명계좌를) 받아주는 것이고, 괜히 잘못했다가 이익 몇 푼에 쓰러지겠다 싶으면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판단은 은행이 하는 것이지 금융당국이 할 순 없는 일이고, 그 정도도 할 수 없다면 은행업을 안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매각 발표 두 달여 만에 잠재 인수 후보자들이 씨티은행 현황을 들여다보는 실사를 한 차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밀실사 기간이 끝나는 다음달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인건비’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 후보자들이 분리매각 혹은 고용승계 없이 자산만 인수하는 ‘자산 양수도’ 방식을 원하지만 정치권을 등에 업은 씨티은행 노동조합이 ‘통매각’ 외에는 반대하는 강경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고객 탐내는 금융지주사들29일 업계에 따르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복수의 금융회사는 한국씨티은행이 개방한 가상데이터룸(VDR)을 통해 실사를 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네 곳 이상의 금융사가 LOI를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KB금융, 신한금융, DGB금융 등이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KB금융은 씨티은행의 자산관리(WM) 부문에 관심을 갖고 있다.씨티은행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펀드 선정에서 강점이 있는 데다 고액자산가 고객이 많아 국민은행이 관심을 나타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씨티은행은 전체 펀드 판매액의 86%가 해외 펀드로 국민(32.6%), 신한(21.8%) 등 국내 대형 은행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씨티카드도 ‘알짜’로 꼽힌다. 특히 우량 고객이 많은 신세계백화점 이용 고객이 많다는 점에서다. 씨티카드는 2008년 신세계백화점과 제휴해 내놓은 ‘신세계 씨티카드 콰트로’를 시작으로 ‘신세계 씨티 리워드 카드’와 ‘신세계 씨티 클리어 카드’를 잇달아 출시하며 신세계 우량 고객을 끌어들였다. 관련 고객이 적은 신한·국민 등 은행계 금융지주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DGB금융은 수도권 진출에 힘을 실을 수 있다. 대형은행에 비해 자금력이 밀린다는 이유에서 사모펀드(PEF)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이르면 다음달께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매각에 속도를 내라는 씨티그룹 본사 지침과 내년 3월 대선 전까지 노조와 큰 마찰 없이 매각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금융당국의 이해관계 등이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앞서 HSBC가 고용승계 문제로 인한 1년간의 마찰 끝에 2013년 영업점 폐쇄 방식으로 철수한 사례가 있다. 당국도 이 같은 전례를 고려해 매각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승계 부담”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이 관건이다.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직원은 2400여 명이다. 20~30대는 9%에 불과하고 40대가 46.8%, 50대 이상이 44%를 차지한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화’돼 있다. 직원 평균 연봉은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퇴직금 누진제를 시행하고 있고, 회사가 부채로 떠안고 있는 퇴직금 확정급여 채무만 8500억원에 이른다.그래서 인수 후보자들도 통매각에 따른 고용승계에 부정적이고, 인력구조 및 과도한 인건비 부담 등을 우려하고 있다. 당초 통매각을 원했던 씨티은행도 이런 점을 감안해 매각 방식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은 몸집을 가볍게 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희망퇴직금을 두고 일부 직원은 5년치 급여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노조와 정치권이 분리매각 반대에 나서면서 막판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 11일 99.14%의 찬성률로 쟁의 행위를 가결했다. 나흘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은 유명순 씨티은행장을 찾아 ‘고용안정’을 기본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박진우/빈난새 기자 jwp@hankyung.com
[스페셜 리포트]약진하는 재계 여성 리더 20‘34년 근무 기업금융통, 민간 은행 유리 천장 깼다’유명순 한국씨티은행 행장이 한국 금융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민간 은행 첫 여성 행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임원 117명 중 여성이 8명(6.83%)에 불과했단 것을 고려하면 유 행장의 커리어는 괄목할 만하다. 유 행장은 1987년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한국씨티은행 서울지점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로 입사했다. 그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기업금융 부문’에서 남다른 성과를 내며 기업심사부 부장, 다국적 기업 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잠시 JP모간으로 자리를 옮겨 서울지점의 기업금융 총괄책임자를 맡기도 했지만 이듬해 기업금융그룹 수석부행장으로 한국씨티은행에 복귀했다.한국 최고의 ‘기업금융 은행’ 시동씨티그룹이 4월 15일 한국 시장에서 소매금융 부문을 철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2004년 씨티그룹이 구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이 된 지 17년 만이다. 이와 함께 한국씨티은행은 한국 최고의 기업금융 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 지난해 성적표를 보면 한국씨티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에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기업금융 부문에선 견조한 성과를 냈다.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선두가 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한국씨티은행의 기업 대출금 비율은 4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낮은 수준이다. 기업금융 전문가로 손 꼽히는 유 행장의 리더십이 주목되는 이유다.소매 금융 철수를 둘러싸고 노사 간의 꼬인 매듭을 어떻게 풀어낼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엔 정치권의 간섭도 시작되면서 이해관계인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다만 유 행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고용 승계 없는 자산 매각 방식은 검토된 바 없다”며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