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이 씨, 20대부터 쇼호스트 꿈 꿔
30대 결혼·출산·육아 거쳐 그리퍼로 꿈 이뤄

'두 아들맘이 전하는 찐리뷰'로 팔로워 5000명 넘겨
일반 그리퍼 중 팔로워 수 가장 많아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그리퍼로 활동 중인 윤진이(윤더우먼) 씨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그리퍼로 활동 중인 윤진이(윤더우먼) 씨

유통업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라이브 커머스가 요즘 인기다. 라이브 커머스는 패션·뷰티는 물론 건강기능식품, 전자기기·가전, 유아동제품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제품을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무기로 제품 정보는 물론 가격, 활용법, 심지어는 단점까지 확인 가능하다는 점이 인기의 이유로 꼽힌다. 라이브 커머스의 판매자는 방송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연결고리로 이들의 능력이 매출과 직결돼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국내 라이브 커머스 1세대인 그립에서 활동 중인 그리퍼 윤진이(34·윤더우먼)씨는 소비자들과의 찐 소통으로 주목 받고 있다. 2019년 말 그리퍼를 시작한 윤 씨는 ‘무조건 좋으니 구입하세요’라는 사탕발림 멘트에 현혹되지 않는 똑똑한 소비자들 덕에 ‘찐 리뷰’를 선택했다. 출산과 육아로 우울증을 겪었던 경단녀에서 라이브 커머스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윤더우먼’ 윤진이 씨를 만나 그리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육아·남편·시댁 얘기에 주부들 '우르르'…셀럽 변신한 경단녀

본인 소개 부탁한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두 아들맘이 전하는 찐리뷰’ 콘셉트로 그리퍼 활동 중인 ‘윤더우먼’이다. 3년 정도 그리퍼로 활동 중이며, 그립 외에도 여러 방송을 하고 있다.”

전문 방송인 출신인가.

“아니다. 그립을 하기 전에는 두 아들의 엄마이자 평범한 주부였다. 20대 때 쇼호스트를 준비하긴 했었지만 생각만큼 잘 안됐다. 최종면접까지 간 적도 있었는데, 방송경력이 없으니 잘 뽑아주지 않더라. 방송 경험을 쌓으려고 작은 인터넷 매체에서 아나운서, 리포터로 일하기도 했는데 월급을 못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20대 땐 호프집 알바, 캠프 보조mc, 경호원 알바, 레스토랑 디제이···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다.”

쇼호스트는 원래 꿈이었나.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좋아했다. 늘 방송반에서 활동하면서 말하기를 즐겨했던 것 같다. 그러다 내 말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시작했다. 강사, 선생님, 아나운서, 쇼호스트 등등 리스트업을 하다 보니 쇼호스트가 나한테 가장 잘 어울렸다. 내 생각을 전할 수 있고 내 개성도 표출할 수 있는 쇼호스트가 맞겠더라. 그래서 20대 때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쇼호스트는 얼마나 준비했나.

“방송아카데미를 다니면서 2년 정도 준비했고, 여기저기 다른 방송도 해봤지만 당시에는 잘 안 됐었다. 그래서 20대 중반에 일반 기업으로 입사했다.”
"20대 시절, 쇼호스트 준비 위해 인터넷 방송사 돌아다니며
리포터, 아나운서로 경험 쌓아···월급 못 받고, 사기 당한 적도 많아"
어떤 직무였나.

“일반 기업에서는 인사팀과 영업팀에서 근무했다. 입사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방송경험을 어필했더니 합격 후 사내행사 사회는 전부 내가 하기도 했다.(웃음) 당시 영업을 하면서 배웠던 부분이 그리퍼 활동에 도움이 된다. 제품을 보는 선구안을 많이 키웠다. 제품을 보면 잘 되겠다, 안되겠다는 게 보이더라.(웃음)

그립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출산을 하면서 자연스레 퇴사를 했다. 집에서 육아만 하다 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더라. 다시 쇼호스트를 준비해보자는 맘을 먹고 준비하던 와중에 그립을 알게 됐다. 지금은 없어진 제도인데, 공식 그리퍼 2기 모집에 지원했었다. 당시에는 대표님과 이사님 두 분이 면접을 보셨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6년이라는 공백이 있다 보니 뭘 어떻게 감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더라. 대표님도 그걸 느끼셨는지 쇼호스트처럼 말고 브이로그 형식으로 다시 한번 요청하셨다. 근데 브이로그가 뭔지 몰라서 반말로 하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돼 버렸다. 결국 그것도 떨어졌다.(웃음)”

실망감이 컸겠다.

“공백 기간이 너무 길어서였던 것 같았다. 지금이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방언 터지듯 말이 술술 나오지만 그땐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고, 나라는 사람의 위치도 애매했다. 그렇게 좌절을 하다가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그립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일반 그리퍼로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 너무 기뻤다.”
"퇴사 후 출산·육아 반복하며 산후 우울증 겪어
그리퍼 첫 도전에도 떨어져"
육아·남편·시댁 얘기에 주부들 '우르르'…셀럽 변신한 경단녀

현재 그립에서 맡고 있는 분야(제품군)가 있나.

“식품부터 생활, 가전, 유·아동, 패션, 뷰티, 건강기능식품 등 거의 가리지 않고 다한다. 그 중에서 최근에는 식품과 뷰티 비중이 높다.”

‘윤더우먼’의 주 타깃층은.

“20~40대 주부들이다. 방송에서 우리는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대화가 대부분이다. 제품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아이, 남편, 시댁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게 주부들의 대화 방식이다.(웃음) 간혹 제품과 관련 없는 주제로 방송 시간을 오버하기도 한다.”
채널 ‘윤더우먼’, 20~40대 주부층 가장 많아
구독자 5000명 넘어
팔로워가 몇 명이나 되나.

“올 6월말에 5천 팔로워가 넘었는데, 아마 전속 그리퍼를 제외한 일반 그리퍼 중에서는 아직 5천명이 된 그리퍼가 없는 걸로 안다. 5천명이 넘었을 때 정말 기분 좋았고, 팔로워들께 감사했다.”

그리퍼로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찐리뷰’다. 방송에서도 늘 말씀드리지만 여러분들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알차게 쓸 수 있는 정보만 드리겠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식자재를 구입하더라도 조리법을 잘 몰라 실패를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실패를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시청자들의 ‘이렇게 해도 될까’라는 질문을 대부분 다 해보는 편이다. 유아동 제품은 저희 아이들이 입고 방송에 나온 적도 많은데,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하지 않나. 방송하다가 힘들어 나간적도 있고, 제가 아이들에게 화를 낸 적도 있다. 이런 점을 찐리뷰라 느끼시는 것 같다.”
그리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꾸준함'
몇 달 간 마이너스 매출에도 꾸준히 방송
그리퍼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 달라.

“꾸준함이다. 그리퍼로 등록돼 있지만 방송을 안 하는 분들도 많다.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방송을 해야 그리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그리퍼 활동 첫 달 수입이 2만9천원이었다. 그 다음 달에 8만원, 셋째 달에 15만원이었다. 근데 제 방송에서는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몇 달 간 마이너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방송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달에 방송을 얼마나 하나.

“보통 한 달에 25~28일 정도 방송한다. 평일주말 없이 매일 하는 것 같다. 프리랜서라 그립이나 네이버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방송을 하고 있고, 최근엔 브랜드와 협업해 계정 컨설팅 방송을 하고 있다. 계정 컨설팅은 라이브 커머스는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분들에게 저만의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방송도 같이 해주는 시스템이다.”

제품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보통 업체에서 그리퍼 리스트 중 함께할 그리퍼를 선정한다. 또 다른 방법으론 그립에서 매칭을 해주기도 한다. 그리퍼에게 제품 제안이 왔을 때 나와 맞지 않는 제품이라 생각되면 거절해도 된다. 방송 일정이 잡히고 샘플을 받았는데 퀄리티가 너무 안 좋아 거절한 적도 있다. 그만큼 제품이 중요하다.”

수익은 어떻게 책정하나.

“제품 판매에 대한 수수료다. 일반적으로 그리퍼는 5~15%를 받고, 팔로워 수에 따라서 출연료+수수료를 받는 제도가 생겼다. 나는 출연료+수수료를 받는다.”

‘윤더우먼’의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뛰는 만큼 나온다.(웃음) 정확한 금액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대기업 과장급 연봉 정도 번다. 그만큼 열심히 한다.”

그립만의 특징이 있다면.

“그립은 그리퍼가 전체 방송을 기획한다. 업체를 통해 샘플을 받으면 방송시간 동안 어떻게 진행할지 기획안을 짜야 한다. 그래서 계정 컨설팅이 가능하다.”

그리퍼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수시로 채팅창을 봐야 하기 때문에 눈이 좋아야 한다.(웃음) 무엇보다 친화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제 채널에 오시는 분들은 제품 구매 목적도 있지만 저와 코드가 잘 맞아서 찾으시는 분들도 많다.”

기억에 남는 팔로워들도 있겠다.

“너무 많다. 윤더우먼의 매니저로 활동 중인 ‘별이진다네’, ‘마이스윗슈팅스타’, ‘둠칫두둠칫’님 등등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다. 이 분들은 제가 방송할 때 혹시 놓친 채팅을 다시 올려 주시고, 공지도 해주신다. 사실 더 고마운 점은 가끔 택배로 샘플을 보내드리기도 하는데, 제 개인번호로 연락을 안 하시더라. ‘찐 배려’라 생각한다.(웃음)”

경단녀에서 그리퍼로서의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제 자신이다. 사실 출산 육아를 반복하면서 아주 우울했었다. 그 우울증으로 인생의 낙오자가 된 듯했다. 출산이라는 감사한 일에도 세상을 원망한 적이 있었다. 그런 제가 그립을 시작하면서 아예 다른 사람이 됐다.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고, 삶의 원동력이 생겼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응원해줘서 참 감사하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윤더우먼이 소개하는 제품은 믿고 구매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윤더우먼이라는 캐릭터를 브랜딩 해 가치를 높이고 싶다. 아마 그립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나만의 채널이기 때문에.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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