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지배구조 강좌
기업가치 극대화하는 최적 배당 수준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국내 은행 및 은행 지주회사의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배당 성향 제한 조치가 종료되면서 이들의 중간배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배당 제한은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상황에서 배당이 자본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한시적으로 시행된 정책이었다. 일부 기업은 적자에도 지배 주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수단이나 경영 승계 자금으로 배당을 악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몇 년 전부터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에 따라 중점 관리 사안에 기업의 배당 정책 수립을 포함해 저배당 혹은 무배당 기업에 대해 배당 확대 압력을 가하고 있다. 배당이 과다하면 줄이라고 하고 반대로 배당이 적으면 늘리라고 하는데, 과연 적정한 배당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적정한 배당 정책은 무엇일까.

상장사 50%가 연 1회 배당

배당은 주식을 소유한 주주에게 기업 이익을 분배하는 방식이며, 현금과 주식으로 배당이 가능하지만 주로 현금 배당 형식으로 이뤄진다. 상법상 주주평등원칙에 따라 주식을 소유한 만큼 배당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2020년 기준 전체 상장사 가운데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은 50% 정도이며, 배당은 대부분 1년에 한 번 기말에 이뤄진다. 중간배당 형태로 반기에 한 번 혹은 분기에 한 번 배당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중간배당을 하는 기업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배당 기업 가운데 5%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2017년 이후 중간배당금 지급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 투자를 통해 주가 상승에 의한 시세 차익 외에 배당 수익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배당 정책이 중요하다. 소위 배당주로 알려진 배당 수익률(주당 배당액/주가)이 높은 주식의 경우 주가 상승폭은 크지 않아도 꾸준히 수요가 있으며, 배당받을 권리가 확정되면 배당 수익률만큼 주가가 하락하는 배당락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에게 이익을 정당하게 분배하는 것과 더불어 이익의 일부를 여유자금으로 기업 내부에 유보해 향후 투자를 위한 자본 조달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1984년 스튜어트 마이어스가 설명한 자금조달순위이론(Pecking Order Theory)에 따르면 기업은 자금을 조달할 때 내부자금을 먼저 이용하고, 외부자금인 부채, 그다음 주식 발행을 한다. 내부자금이 불확실성이 가장 적고 자본 조달 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적절한 자금 배분은 결국 기업 가치와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이 또한 장기적이고 간접적 주주환원 방식이 될 수 있다.

배당 정책은 배당금의 규모뿐 아니라 지급 시기, 안정적 배당 수준 유지, 주주와의 소통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배당 정책은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기업의 투자 및 자금 조달, 주주환원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방식으로는 배당 외에 자사주 취득도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사주 취득이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고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와 비판적 견해가 있다.

배당 정책은 기업의 장기적 자금 조달 계획과 투자 계획, 주주환원 정책에 근거해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며, 재무제표를 이사회가 승인하는 경우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상법 462조) 확정되는 기업의 재무 정책이지만,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는다. 2014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도입한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과 2018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주주행동주의와 함께 투자자들의 배당에 대한 요구가 증가해 기업들은 배당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배당 확대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요구에 따라 2014년 이후 배당 총액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배당 총액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코로나19로 순이익이 급격히 감소한 2019년과 2020년에도 배당 총액은 2018년 수준인 30조원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배당은 기업 가치와 무관하다는 배당 무관련성 이론이 있었지만, 현재는 배당 정책이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주의 부를 증가시키는 최적의 배당 정책은 무엇일까.

먼저 가장 중요한 배당 지급 규모에 관해 김성민과 장용원은 2018년 연구에서 지속적인 이익 대비 현금 배당 수준 41.7%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배당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내부적으로 배당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알려진 주가수익률의 변동성, 유보이익 비율, 수익성, 기업 규모, 매출액 성장률, 자본 구조, 투자 기회, 최대 주주 지분율, 외국인 지분율, 산업 등의 설명 변수를 통해 적정 배당 수준을 추정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예를 들어 현금 흐름의 변동성과 수익성이 낮고 투자 기회가 많은 것이 아닌데 충분한 이익이 발생했는데도 배당으로 주주에게 환원하는 대신 과도하게 이익을 유보한다면 과소 배당으로, 배당을 지급할 이익이 충분치 않은데도 배당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경우를 과다 배당으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적정 배당 수준 이하로 배당을 하는 과소 배당 기업은 적정 배당 기업에 비해 기업 가치(토빈Q)가 낮게 나타났다.

중간배당 지급 여부는 기업 가치와 무관

배당 지급 시기에 관해서는 2020년 KCGS ESG 현안 분석 연구를 통해 기업의 특성이 가장 비슷한 기업을 매칭해 중간배당 지급 여부에 따라 기업 가치가 달라지는지를 분석해 중간배당 지급 여부는 기업 가치와 무관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배당 안정성에서는 배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경영자와 투자자 모두가 선호한다. 기업은 안정적 배당 지급을 통해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과 미래에도 지속적 수익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투자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며, 주주는 경영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내부자금을 줄이고 외부자금 조달을 통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한 동기에서도 배당 확대를 요구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순이익 변화에도 배당을 천천히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정 배당 수준은 존재하며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내부적으로는 재무적 요인과 투자 계획 같은 개별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배당에 대한 정부의 세제 변화 같은 정책적 요소나 산업 및 국가의 투자 기회와 성장률, 자본시장의 성숙도 같은 요소에도 영향을 받는다. 기업은 이러한 내·외부적 요인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배당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리적 배당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주주행동주의가 확대되면서 주주 제안도 활발해지고 배당을 확대하라는 주주들의 요구도 커질 것이기 때문에 기업은 합리적 배당 정책을 수립해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현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