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스니커즈 경매 온라인 사이트인 ‘엑스엑스블루(XXBLUE)'에 올라온 나이키 ‘피스마이너스원 에어포스1 로우 파라노이즈 한국한정판'. 사진=엑스엑스블루 캡쳐
2019년 스니커즈 경매 온라인 사이트인 ‘엑스엑스블루(XXBLUE)'에 올라온 나이키 ‘피스마이너스원 에어포스1 로우 파라노이즈 한국한정판'. 사진=엑스엑스블루 캡쳐
22만원을 투자해 최고 1300만원에 팔 수 있는 재테크 수단.

이는 2019년 나이키 운동화 에어포스1과 가수 지드래곤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이 협업해 만든 한정판 파라노이즈 첫번째 시리즈(사진)의 리셀(Resell·중고거래) 사례다. 1020세대는 한정판 운동화를 소비재가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보고 열광한다.

신발·나이키가 키워드…Z세대, 스니커테크에 빠지다

사진=갤러리아
사진=갤러리아
소비시장의 한 축으로 떠오른 Z세대(1994~2010년생)는 중고거래로 돈을 버는 '리셀테크(리셀+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정판 운동화(스니커)를 정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가 인기다.

2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셜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바이브컴퍼니의 '썸트렌드 비즈'를 통해 분석한 결과, 소셜미디어에서 리셀테크 언급량은 2018년 1만5247건에서 지난해 2만1802건으로 43% 급증했다.

특히 리셀테크와 관련해 3년간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로 '신발'과 '나이키'가 모두 선두권을 차지했다. 이 밖에 브랜드 '아디다스'와 신발 모델명을 지칭하는 '맥스', '이지부스트' 등이 키워드로 꼽혔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자료=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데이터를 통해 ‘한정판 운동화 리셀’에 대한 10대의 관심을 확인했다"며 "한정판 운동화의 경우 판매가보다 비싼 가격에 중고 거래가 이뤄지는 점을 이용해 리셀을 위해 제품을 구매하는 리셀테크가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21만9000원이 1300만원으로…나이키의 마법

2019년 12월 출시된 JW AndersonX컨버스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롯데백화점 본점에 대기 중인 소비자들 사진=롯데쇼핑
2019년 12월 출시된 JW AndersonX컨버스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롯데백화점 본점에 대기 중인 소비자들 사진=롯데쇼핑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나이키는 세계 1위 스포츠브랜드일뿐 아니라 스니커테크를 이끄는 브랜드다. 다양한 브랜드, 유명인과 손잡고 한정판을 꾸준히 선보여 '명품' 입지를 쌓았다. 오랜시간 탄탄한 마니아층을 쌓아 '한정판을 갖고 있으면 돈 버는 브랜드'란 인지를 심은 결과다.

국내에선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운동화 리셀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례도 2019년 나이키의 '피스마이너스원 에어포스1 로우 파라노이즈 한국 한정판'이었다. 해당 제품은 가수이자 패션업계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지드래곤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한 제품이다. 한정판 출시 행사는 지드래곤의 군 제대 후 첫 공식 활동으로 업계 안팎의 화제가 됐다.

당시 818켤레만 발매된 빨간색 로고 운동화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최고 1300만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져 화제가 됐다. 특히 지드래곤이 지인에게 선물한 88켤레 한정 노란색 나이키 로고 제품은 재판매가격이 최고 2000만원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파라노이즈 모델의 판매가격은 21만9000원으로 지난해에도 300만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셀시장에서 되팔면 수익률이 최소 151.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한정판 제품들은 구입도 쉽지 않다. 통상 기습·일시적으로 판매하는 '드롭(drop)' 혹은 래플(raffle)로 불리는 추첨 방식으로 소비자를 뽑는 방식이다.

뜨거운 리셀 시장…'그들만의 리그' 줄이어

2019년 12월 출시된 JW AndersonX컨버스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롯데백화점 본점에 대기 중인 소비자들 사진=롯데쇼핑
2019년 12월 출시된 JW AndersonX컨버스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롯데백화점 본점에 대기 중인 소비자들 사진=롯데쇼핑
유통가에서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리셀 시장은 가장 뜨거운 시장 중에 한곳이다. 국내 운동화 리셀 시장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연간 약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전자상거래(e커머스)에 익숙한 Z세대 특성상 애플리케이션(앱)을 중심으로 리셀 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다. 과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면 이제 판매자들은 한정판 매매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를 찾는다.

국내에서 리셀 전용 플랫폼의 첫 타자는 2018년 등장한 아웃오브스탁이 꼽힌다. 아웃오브스탁은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백화점 영등포점 1층에 오프라인 매장 구현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매전문업체 서울옥션의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도 2019년 ‘엑스엑스블루’를 발빠르게 선보였다. 온라인 패션플랫폼 1위 무신사가 지난해 7월 선보인 ‘솔드아웃’은 거래액이 월평균 120%에 달할 정도로 덩치를 키워 올해 5월 자회사로 독립했다. 포털공룡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의 리셀 플랫폼 ‘크림’도 별도 법인으로 독립할 정도로 입지를 다졌다.
사진=서울옥션블루
사진=서울옥션블루
대기업도 리셀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KT의 자회사 KT엠하우스는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리플'을 새단장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Z세대 발길을 잡기 위해 관련 매장을 열고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해외 브랜드 사업팀 내에 스니커즈 전담팀을 구성했고, 영등포점 1층에 아웃오브스톡을 매장을 마련했다. 갤러리아백화점과 더현대서울도 점포 내 운동화 편집·리셀 매장을 입점시켰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구하기 힘든 한정판 리셀링 스니커즈를 직접 신어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운동화 편집매장이) 스니커즈 매니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