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한 마트의 라면 진열대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한 마트의 라면 진열대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8월1일자로 라면값이 오른다. 오뚜기로선 무려 13년 4개월 만의 인상이다. 대표 제품 진라면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올린다. 장바구니를 든 소비자들은 라면값 인상에는 비교적 무덤덤한 편이었지만, 밥상 물가가 크게 뛰는 것은 걱정스러워 했다. '라면에 파 송송 계란 탁'으로 대표되는 서민음식 자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체감 물가 상승이 큰 탓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다음달 1일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린다. 업계에서는 서민식품 대명사인 라면값 인상으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예상보다 관대한 반응을 보였다. 올라도 봉지 당 1000원 미만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위기였다. 단 여타 식품·식재료 물가가 많이 오른 데 대한 불만은 감지됐다.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마트를 찾은 이모씨(30)는 "당장 다음달부터 라면값이 오른다기에 오늘은 두 묶음 사려 한다. '정말 월급 빼고는 다 오르는구나' 생각이 든다"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 봉지에 1000원도 안 하는데… 무리한 인상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부 소비자들은 라면값이 오르는 데 대해선 '쿨'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농산물 및 다른 식재료·외식 물가가 오른 것을 우려했다.

운동 트레이너로 일하는 30대 A씨는 "워낙 서민음식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라면 값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씁쓸하긴 했지만 짜장면 가격 오른 것에 비하면 라면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라면회사를 비난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송아란씨(43·여) 역시 "라면값은 그렇다 치고 농산물 가격이 진짜 심각하다. 계란 한 판이 거의 1만원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라면값이 오른 것보다도 전반적으로 밥상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장 보려면 한숨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실제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계란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0.6%로 집계됐다. 두부(16.5%) 마요네즈(8.5%) 즉석밥(6.8%) 식용유(6.5%) 등도 가격이 뛰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기준으로 올 상반기(1~6월)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올랐다. 품목별로는 '파테크(파+재테크: 비싼 파를 직접 재배해 먹는 것)'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진 파가 156.6% 급등했다. 사과(54.3%) 배(47.0%) 마늘(45.7%) 복숭아(43.8%) 역시 가격이 껑충 뛰었다.

라면뿐 아니라 영양분을 보충해 끓여먹을 때 곁들이는 계란이나 파 값까지 무섭게 오른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뚜기를 시작으로 농심, 삼양식품 등도 라면값을 올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은 2016년 12월 이후 5년째 제품 가격을 동결해왔다. 삼양식품도 2017년 5월 이후 라면값을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다.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소맥과 팜유 가격 인상이 이어졌지만 오뚜기의 가격인상 방침이 알려지기 전까지 라면업계는 소비자 저항을 우려해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올리기로 하면서 오뚜기에 이은 라면값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주요 밀가루 제조사는 최근 고객사에 밀가루 공급 가격 인상 방침을 알렸다. 다만 제조사와 고객사가 밀가루 가격을 합의해 결정하는 만큼 언제 얼마나 인상될지는 아직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가격 인상과 관련해 농심과 삼양식품 측은 모두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라면값 인상 검토 중에 있으며 정확한 시기와 인상 폭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 역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까지 정해진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