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예정된 원유(原乳) 가격 인상으로 우유를 사용하는 유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아이스크림과 빵, 카페라테 등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특성상 원유 가격 인상이 전반적인 식품 물가를 연쇄적으로 밀어 올리는 ‘밀크 인플레이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L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3%(21원) 오른다. 원재료값이 오르면서 우유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최근 원유 가격이 인상된 해는 2018년이다. 당시 L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원유 가격이 0.4%(4원) 오르자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은 우유 출고가를 각각 3.6%, 4.5% 인상했다. 올해는 3년 전에 비해 원유 가격 인상폭이 큰 데다 최저임금 인상과 물류비 상승 등의 압박 요인까지 더해져 우유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원재료 부담까지 더해지면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늦어도 8월 말에는 제품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유 가격 인상이 전반적인 가공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유는 치즈와 버터, 아이스크림, 빵의 원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커피 프랜차이즈 등 외식업계에서도 많이 쓰는 식재료다. 특히 제빵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며 “여기에 우유 가격까지 오르면 원가 부담 압박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업계에선 수급에 관계없이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우유 생산비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거나 내리면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원유 생산비 등을 근거로 원유 가격을 조정하는 제도로 2013년 도입됐다. 낙농가로선 생산비가 오르면 원유 가격을 조정해주니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다.

반면 우유업체는 저출산 여파로 우유 소비량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에서 더 비싼 가격으로 할당된 원유를 매년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해야 한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억지로 구입한 원유로 만든 우유를 밀어내기식으로 할인 판매하다 보니 흰 우유는 사실상 적자를 보고 팔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