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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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펀드사기의 주범 3인방에 대한 1심 판결이 기소 1년만인 지난 주 나왔다. 이들은 공공기관 관급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면 3200명에게서 2018년 4월~2020년 6월중 1조3526억원을 편취해 부실채권투자, 펀드돌려막기 등에 부당사용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4부는 기소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금융투자업자의 기본의무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윤리의식을 모조리 저버렸다며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 대표에게는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조희팔 사건' 공범인 강태응의 22년 보다 3년 긴 중형이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 펀드사기'라는 별칭에 걸맞게 전반적으로 합당한 단죄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2대 주주인 대부업자 이동열씨와 이사인 변호사 윤석호씨는 각각 8년형에 그쳤다. "피해회복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미변제된 피해 금액만 5542억원에 달한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된 양형인지 회의적이다.

판결에서 형량 못지 않게 관심을 집중시킨 건 벌금이다.검찰이 3인방에게 총 8조6000억원의 벌금을 구형했다.김 대표 벌금 구형액은 4조578억원으로 역대최대였다. 파렴치 수법으로 막대한 부당이익을 가로챈 만큼 사상 최고액의 벌금이 선고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김 대표에게 선고된 벌금은 겨우 5억원, 이동열 윤석호 씨도 각각 3억원과 2억원에 그쳤다. 3인방 벌금을 합치며 10억원으로 구형액의 1만분의 1 수준이다.

허탈한 벌금액이 선고된 이유는 검찰이 불법 행위로 얻은 이익 규모를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불법 행위로 얻은 이익의 5배까지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금액 산정이 곤란한 때는 5억원이 상한액이다. 재판부는 "검찰은 편취한 금액 전부를 부당 이익이라 주장할 뿐 펀드 운용보수와 공제비용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피고인들의 이익산정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운용보수와 공제비용 계산을 누락했다는 것인지 안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수사와 판결이다.

정관계 로비 의혹 실체도 여전히 깜깜이다. 로비의혹으로 기소된 정관계 인사는 윤모 전 금융감독원 국장이 유일하다. 펀드사기행각의 키맨 역할을 한 정황이 뚜렷한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 수사도 오리무중이다. 그는 '3인방'의 일원으로 유죄 확정된 윤 변호사의 배우자로 옵티머스 지분 10% 가량을 보유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금감원의 직무유기의 배경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른바 옵티머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이 고문단으로 활동하며 고비마다 역할을 한 것으로 나온다.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 등의 문구도 있지만 진위 여부 수사는 지지부진이다.
사건 초기부터 핵심관계자로 꼽힌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 대한 송환이 1심이 끝나도록 안되는 점도 미스터리다. 그는 70억원대 회삿돈 횡령한 혐의로 수원지검 수사를 받다 2018년 3월 출국해 3년 넘게 미국에 체류중이다.

법무부는 작년 9월에야 범죄인 인도청구를 했다고 밝혔지만 송환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 몸통은 김재현 대표와 이헌재 전 부총리와 양호 나라은행장"이라는 그의 주장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귀국을 막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어제 "범죄인 인도절차 진행상황을 보고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히 관심을 두지 못해서 확인해 봐야겠다"고 답했다. 의원시절 "검찰 초기 수사 부실이 옵티머스사태를 불렀다"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국회에서 질책했던 박 장관이다. 이제와 '관심을 못가졌다'니, 직무유기중이라 고백하는 것인가. 초유의 펀드사기 사태를 둘러싼 요지경이 점입가경이다.

백광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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