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칸막이 고수하다 공멸"
카드사들 '공동 페이' 구축

금융사들 "종속 우려 있지만
생존 위해 빅테크와 손 잡기도"
조만간 KB국민카드 앱에서 신한카드를 연결해 사용하는 ‘오픈페이’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8개 신용카드회사가 빅테크에 대응해 ‘공동 페이’를 구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앱 카드를 연동하기 위한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규격을 개발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모바일 간편결제를 더 선호한다는 위기감에 카드사들이 ‘합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카드사, 빅테크에 맞서 '오픈페이'…은행은 통신사와 데이터 동맹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최근 20~30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는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토스 등 ‘핀테크 플랫폼’이 96.2%로 압도적이었다. 카드사의 앱 카드를 사용한 적이 있다는 2030세대는 48.6%에 불과했다. 한 카드사 사장은 “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는데 앱 카드에 경쟁사 카드라고 등록을 막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기존의 칸막이만 고수하다가는 MZ세대가 주력으로 떠오른 미래 금융업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금융회사들은 MZ세대를 잡기 위해 다른 금융사들과 손잡고 유통, 통신 등 이종 업체와의 연합에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종 산업과의 ‘데이터 동맹’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본인신용정보관리업),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업) 등 MZ세대를 겨냥한 신(新)라이선스 사업의 출범을 앞둔 가운데, 빅테크 업체와 핀테크 업체에 밀리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유통사의 데이터를 확보하면 개인화 서비스의 핵심인 ‘품목 정보’를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고도화한 금융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CJ올리브네트웍스, 농협은행은 11번가와 동맹을 맺고 유통과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전통 금융사들은 통신 3사를 데이터 동맹에 끌어들이는 데도 한창이다.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의 합작사인 핀크가 내놓은, 통신정보를 활용한 신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 대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한은행은 KT와 손잡고 소상공인 상권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사들은 MZ세대가 선호하는 게임사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신한은행이 넥슨과 손잡고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러쉬’에서 2030 전용 브랜드 ‘헤이영’을 알리고, 우리은행이 라이엇게임즈의 LCK(리그오브레전드 코리아) 프로리그를 후원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빅테크와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고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지방은행들은 빅테크 플랫폼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출과 예·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송종욱 광주은행장은 이달 초 토스 본사를 방문해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상품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빅테크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협력을 통한 생존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김대훈/이인혁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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