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백브리핑]
최저임금 심의 중 근로자위원 1명 교체
민주노총 요구 받은 정부 은밀하게 진행
재위촉 절차 거쳤지만 외부 공개는 안해
소리소문없이 최저임금위원 바꾼 정부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교체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20일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대해 반박했던 자료의 제목입니다. 통상 정부는 정부 입장에서 볼 때 불편한 기사가 나오면 기사 내용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붙인 '설명자료'를 내놓습니다. 반면 반박자료는 사실관계가 잘못된, 명백한 오보를 낸 경우 정부가 해당 언론사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그야말로 반박입니다.

고용부가 반박자료를 낸 한경 기사는 5월20일자 '결국 민주노총 요구대로…정부, 최저임금 근로자위원 바꾼다'라는 제목의 보도였습니다. 주요 내용은 고용부가 5월11일자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위촉을 마쳤는데, 민주노총이 이에 불만을 제기하자 당초 입장을 바꿔 민주노총의 요구대로 근로자위원을 바꿔줄 계획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고용부 반박자료의 주요 내용은 이랬습니다.
'민주노총의 요구대로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을 바꾼다는 기사 제목과 내용은 사실과 다름. 5월 11일 민주노총은 12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1명의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교체 추천을 한 바 있음. 당시 제12대 위원의 임기가 시작(5월14일)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최저임금 법령상 사퇴서 수리를 통한 위원 해촉 및 보궐위원 위촉 등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음.'

고용부가 '설명자료'가 아닌 '반박자료'까지 낸 이유는 당시 상황을 되짚어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첫 회의인 2차 전원회의(5월18일)를 보이콧했습니다. 근로자위원 9명 중 5명의 추천권을 달라고 했는데 정부가 거부했고, 게다가 위촉된 민주노총 추천 위원 4명도 자신들의 의견을 확인하지 않고 정부가 임의로 정했다는 이유입니다. 정부로서는 가뜩이나 늦은 심의 일정에 민주노총이 불참 카드까지 꺼내들자 상황 관리가 필요했던 때였습니다. 그렇다고 민주노총의 요구를 덥썩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에는 정부 체면이 구겨지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민주노총은 2차 전원회의에 불참하면서 "(정부가) 민주노총을 패싱하는 상황에서 회의에 참석해 위촉장을 수요받는 것은 정부의 모습을 용인하는 것이라는 판단과 변경을 요청한 위원이 위촉된 이후에 참여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 하에 2차 전원회의 불참을 상집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됐을까요. 3차 전원회의가 열린 6월15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는 새 근로자위원이 앉아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추천 위원 중 정부가 위촉했던 김수정 학교비정규직노조 인천지부장 대신 이영주 공공연대 고용노동부본부 문화국장이 참석한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의 중도 교체 관련 어떠한 발표나 자료 배포도 없었습니다.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민주노총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못마땅해 관련 기사에 반박자료까지 냈던 고용부가 뒤로는 은밀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민주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되짚어보면 고용부를 그리 비난만 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당시 고용부의 반박자료 제목을 자세히 보면 "현재 교체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돼있습니다. "지금은 하지 않고 있지만 곧 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맞다는 얘기입니다. 올해보다 5.1%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였습니다.
백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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