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엣지]할부결제 기능 탑재하는 애플페이...美 결제시장 판도 바꾸나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BNPL(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 시장에 뛰어든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장기할부 결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이 보도의 반향은 컸다. ‘강력한 잠재적 경쟁자’의 등장 소식에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인 어펌 홀딩스 주가가 보도 직후 10% 떨어졌을 정도다. 애플이 결제시장 판도를 뒤바꿀수 있을지 주목된다.

BNPL의 개념부터 알아보자. 한국에서 신용카드로 고가의 물건을 살 때, 점원으로부터 “몇개월로 할부해 드릴까요?”란 말을 일상적으로 듣는다. 3개월 할부를 선택한다면 향후 세달 동안 원금의 3분의1과 할부 이자를 카드사에 내면 된다. 카드사가 이 돈을 가맹점에 전달하는 구조다.

하지만 미국은 전통적으로 할부 개념이 없다. 대신 ‘리볼빙’을 이용한다. 1000달러짜리 물건을 샀는데 수중에 300달러밖에 없다면, 이번달엔 300달러만 내고 차액 납부를 다음으로 이월하는 개념이다. 연체 이자율은 당연히 붙는다.

BNPL은 할부에 더 가까운 개념이지만 구체적 결제 프로세스는 차이가 있다. 물건 구매가 이뤄지면 BNPL 업체가 가맹점에 구매금액을 일시불로 지급한다. 그리고 나서 소비자한테 돈을 일정 기간 나눠 받는 구조다.

미국에선 BNPL 붐이 불고 있다. 페이팔과 카드사도 BNPL에 뛰어들었다. BNPL 서비스는 개인 신용도와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Z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BNPL 시장이 2025년까지 현재의 10~15배 수준인 1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성장세를 감안할 때 애플이 BNPL 시장에 뛰어들 이유는 충분하다. 경쟁력도 적잖다는 평가다. 먼저 편리함이다. 아이폰만 있으면 신용카드를 굳이 들고다니지 않아도 된다. 현재 미국 소매점의 85%에서 애플페이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관련 인프라도 이미 잘 깔려 있다.

애플이 월단위 할부의 금리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결제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애플은 ‘애플페이 레이터’라는 이름의 BNPL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2주 간격으로 4번에 걸쳐 결제금액을 내는 ‘애플페이 인 4’는 무이자로 제공된다. 여러 달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애플페이 월간 할부’는 이자가 붙는데 이자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