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8월 1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올림픽 양궁 남자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구본찬 선수는 경기 직후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자동차그룹 회장)부터 찾았다. 구 선수는 “회장님 금메달 따왔습니다”라며 정 회장의 목에 메달을 걸었다. 정 회장은 “고맙다”며 구 선수를 껴안았다. 이날 저녁 대표단 선수들은 한데 모여 정 회장을 헹가래 했다. 한국 양궁에서 정 회장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준 사례다.

정 회장의 ‘양궁 사랑’은 일본 도쿄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 16일부터 미국 뉴욕, 워싱턴DC, 디트로이트 등을 방문한 뒤 귀국길에 도쿄를 들렀다. 비행시간만 40시간이 넘는 ‘강행군’이었지만, 정 회장은 25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을 찾아 여자 양궁 단체전을 응원했다. 그는 금메달이 확정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팀을 향해 박수를 보냈고, 두 손으로 엄지를 치켜들어 보이며 축하했다.

정 회장과 양궁의 인연은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서 비롯됐다. 정 명예회장은 198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여자양궁단을, 현대제철에 남자양궁단을 창단했다. 한국 선수들 체형에 맞는 ‘메이드 인 코리아’ 활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 것도 정 명예회장이다. 많은 일화도 남겼다. 1986년 미국 출장 중엔 양궁 선수들을 위해 심장박동수 측정기와 시력테스트기 등을 구입해 선물했다. 1991년에는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위스에서 물을 구해 보내기도 했다.

2005년부터 양궁협회를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은 보다 꼼꼼한 지원으로 양궁 선수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리우올림픽 때 현대차그룹의 최첨단 기술력을 양궁에 접목한 게 대표적이다. 비파괴검사를 통해 활의 내부 결함을 검사했고, 3차원(3D) 프린터로 선수별 맞춤 그립을 제작했다. 또 리우 경기장 인근에 샤워실과 휴게실을 갖춘 양궁대표단 전용공간(리무진버스 및 트레일러)을 마련해 선수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선수들은 이곳에서 물리치료도 받을 수 있었다. 선수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사설 경호원 고용과 방탄 차량 제공도 화제가 됐다.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 때는 선수들을 위해 호텔을 전세 냈다. 이번에는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을 복사하다시피 한 연습장을 국내에 만들었다. 선수들이 실전처럼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서다.

‘통 큰 지원’만 있는 게 아니다. 정 회장은 수시로 선수들의 경기 장소와 훈련장을 찾아 격려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정 회장에게 달려가 포옹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오는 배경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