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두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 국민의 80%에서 88%(87.7%)로 확대하는 내용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맞벌이·외벌이 여부, 가구 규모 등에 따라 지급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88%라는 기준도 소득 수준을 구분 짓는 기준선이 아닌, 재난지원금을 받는 국민의 비율 개념으로 뒤바뀌었다. 소득하위 88% 이내에 속하더라도 일부 가구는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국민 88%에 준다는 지원금…'하위 88%'가 다 받는 건 아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구체적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은 외벌이 가구의 경우 건강보험료 산정용 월소득액(세전)이 △1인 가구 416만7000원 △2인 가구 555만9000원 △3인 가구 717만1000원 △4인 가구 877만7000원 △5인 가구 1036만3000원 이하여야 한다. 맞벌이 가구는 △2인 가구 717만1000원 △3인 가구 877만7000원 △4인 가구 1036만3000원 △5인 가구 1193만1000원 이하다.

경우에 따라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이 다른 것은 정부가 외벌이 가구엔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지급 기준은 일부 확대했기 때문이다. 같은 연소득 1억원이라도 혼자서 1억원을 버는 고소득자와 맞벌이로 1억원을 버는 가구를 똑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정부가 소득 하위 80%를 선별하기 위해 쓴 기준은 건강보험료 납입 데이터 기반의 ‘중위소득 180%’가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고액자산가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될 전망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가운데 재산세 과세표준 합산액이 9억원 넘는 주택을 보유한 가구원에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재산세 과표 9억원 이상 주택은 공시가격으로는 약 15억원, 시가 기준 약 21억원 이상이다.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넘는 자산가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6일 브리핑을 열고 배제 기준 등이 담긴 구체적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공개할 예정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정부와 국회의 합의가 방역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민에게 소비하라며 돈을 지급하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초 8월 내 재난지원금 지급을 목표로 세웠던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지급 시기를 조율할 방침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현금살포에 집중하면서 결과적으로 방역에 방해가 되고 소상공인의 삶도 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