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오일쇼크 충격
비슷한 위기 우려

치솟는 물가, 주춤한 내수경기
물가 오름세에도 금리 5개월래 최저
불어난 재정 씀씀이 毒 될수도
50년 만에 위기 오나…고개 드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1974년 주요 선진국 경제는 '오일쇼크'로 몸살을 앓았다. 그해 미국은 경제성장률이 -0.5%로 역성장을 기록한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05%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전세계를 휩쓸었다. 최근 한국과 미국도 내수경기의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는 동시에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반백 년 만에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퍼지고 있다.

2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세계 핵심 지표금리로 통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0일에 장중 연 1.128%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장중 금리는 지난 2월 10일(연 1.122%) 후 최저치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지난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5.4% 상승하는 등 13년 만에 가장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현상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처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통상 시장 금리는 오른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그만큼 명목 시장금리(실질금리에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더한 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다.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다.

하지만 통상적 경우와 다르게 시장 금리가 내려가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산되는 델타 변이가 살아나는 세계 실물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물론 일부 유럽국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봉쇄 조치를 속속 강화하고 있다. 봉쇄 조치는 민간소비를 옥죄면서 성장률을 갉아 먹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0년 만에 위기 오나…고개 드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1974년 겪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973년 10월에 배럴당 3달러였던 원유가격은 3개월 만에 11.7달러로 4배 가까이 폭등했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전쟁을 벌이면서 '1차 오일 쇼크'가 터진 결과다. 오일쇼크로 1974년 미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이 두 자릿수 물가와 역성장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그해 영국과 일본 성장률은 각각 -2.5%, -1.2%를 나타냈다. 두 나라의 물가상승률은 가각 16.08%, 11.73%를 기록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된 데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구체화된다. 임금인상 요구가 빗발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거나 산출량을 줄인다. 동시에 제품가격도 높인다.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임금상승→고용감소·제품값 상승→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물가는 오르고 고용은 줄어드는 등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포착된다.

최근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대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5.1% 상승한 9160원으로 결정됐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경 편성을 비롯한 재정 씀씀이를 확대하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이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씀씀이를 늘리는 만큼 재정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 여기에 세금을 더 걷을 우려도 퍼지면서 사람들은 씀씀이를 옥죈다. 비슷한 논리로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도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장적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물가만 끌어올린다고 봤다. 중앙은행이 이 같은 상황에서는 외려 기준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관리해야 한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 스태그플레이션

물가가 치솟는 동시에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불황을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주요국이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단행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과 오일쇼크를 비롯한 공급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주로 나타난다. 기업은 원재료 및 인건비가 올라가는 만큼 생산량을 줄이고 경기가 불황에 빠지게 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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