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명예회장, 한국인 최초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

"품질에 살고 품질에 죽는다"
현대차·기아 '톱5' 성장 이끌어
작업복 입고 공장 수시로 찾아
車 밑바닥부터 문틈까지 훑어

정의선 회장, 美 헌액식 대리수상
"자동차를 사랑한 아버지의 철학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원동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됐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됐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 권위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됐다. 변방의 자동차 회사였던 현대차·기아를 세계 5위로 이끈 업적과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2020~2021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열고 정 명예회장을 전당에 헌액했다.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1939년 설립된 자동차 박물관이다. 매년 세계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과 성과를 낸 인물을 엄선해 발표하고 있다. 포드자동차 창립자 헨리 포드, 벤츠 창립자 카를 벤츠,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등이 헌액돼 있다. 자동차 명예의 전당 측은 지난해 2월 정 명예회장을 헌액자로 선정하면서 “현대차그룹을 성공의 반열에 올렸으며 기아의 성공적 회생,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등 수많은 성과를 거둬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헌액식에는 정 명예회장을 대신해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대리 연설을 통해 “아버지는 ‘헌액은 현대차그룹의 성장과 함께한 전 세계 직원, 딜러 그리고 현대차·기아를 신뢰해준 고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업적을 소개하며 존경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는 현대차그룹을 존재감이 없던 자동차 회사에서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키셨다”며 “탁월한 품질과 성능을 향한 지치지 않는 열정은 현대차그룹의 제품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버지는 수많은 위기와 도전을 이겨내고 독자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정주영 선대 회장의 꿈을 이뤘다”며 “정 명예회장은 자동차를 사랑하는 분이셨고, 지금도 그의 철학과 통찰은 현대차그룹이 더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헌액식에 대리 참석한 정의선 회장(사진 가운데)이 헌액 기념패를 들고 있다. 왼쪽은 램지 허미즈 ‘자동차 명예의 전당’ 의장, 오른쪽은 K C 크래인 부의장.      /현대차그룹 제공

2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헌액식에 대리 참석한 정의선 회장(사진 가운데)이 헌액 기념패를 들고 있다. 왼쪽은 램지 허미즈 ‘자동차 명예의 전당’ 의장, 오른쪽은 K C 크래인 부의장. /현대차그룹 제공

헌액식 전날에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 기념관에서 정 명예회장의 자필 서명이 들어간 대리석 명판 설치 행사가 열렸다.

정 명예회장의 ‘자동차 인생’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1970년 현대차 서울사무소 부품과장으로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현대자동차서비스, 현대정공(현대모비스) 등을 거쳐 수십 년간 자동차 산업 현장과 함께 했다. 외환위기 때는 기아(당시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1년 만에 정상화시켰다. 기아는 1998년 6조원 규모의 적자를 냈지만, 인수 이듬해인 1999년 1000억원가량의 흑자로 전환했다. 정 명예회장은 2000년 9월 현대차그룹 초대 회장에 취임할 당시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 약속은 10년 만에 현실이 됐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기아의 약점으로 지목된 ‘품질’을 최대 강점으로 끌어올린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공장을 수시로 찾아 기름 묻은 장갑을 끼고 차량 밑바닥부터 문틈 사이 공간을 모두 훑었다. 품질이 기대보다 못하면 생산라인을 멈추거나 신차 출시 일정을 미루라고 지시한 적도 많았다.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수소전기차를 포기할 때 “우리가 제대로 도전해보자”고 임원들에게 먼저 제안할 정도로 미래 기술을 보는 눈이 탁월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비즈니스위크 최고 경영자상 △2005년 오토모티브뉴스 자동차부문 아시아 최고 최고경영자(CEO) △2009년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밴플리트상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선정 세계 100대 최고 경영자상 등을 수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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