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클럽 월례 포럼
경영 가치도 함께 상승해야 진정한 ESG
대한민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포럼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ESG클럽’ 두 번째 월례포럼이 7월 21일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웨비나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포럼에서는 ESG 경영 선도 기업 구글을 통해 한국 기업의 ESG 방향성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이번 포럼에서 뉴스 브리핑은 송형석 한국경제 ESG 팀장이, 월례특강은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이, ESG 이슈는 이명석 IBS컨설팅컴퍼니 대표가 맡아 진행했다.

특강을 맡은 나석권 원장은 ESG 경영의 역사를 짚어보며 기업들의 접근 방향성을 제안하는 내용의 발표를 진행했다. ESG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시한 ‘주주 자본주의’ 개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인 주주 자본주의는 2019년 미국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서 제시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성명에 의해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BRT는 주주를 포함한 고객, 직원, 공급망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기여하는 것이 기업의 미션이라고 천명했다.

나 원장은 “그 후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 ESG다. 기업은 돈을 버는 유닛 그 이상으로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투자자들은 기업이 ESG를 공시할 때 정량적 데이터와 함께 목표 대비 달성률을 함께 제시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량적 데이터와 목표 달성률 제시해야

ESG를 추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데이터 측정이다. 스티븐 마이주르 유럽증권시장관리청 의장은 “지금 평가 기관은 대부분 자발적 공시 데이터를 통해 ESG 평가를 진행한다. 이처럼 감사를 거치지 않은 데이터는 각 평가 기관마다 다른 적용과 해석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제이 클레이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은 이에 “ESG 지표를 개별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단일 ESG 등급으로 병합한다면 오히려 부적합한 분석을 초래할 수 있다”며 “테슬라의 경우 환경 분야에서는 아주 높은 등급을 받았지만 노동권 권리는 비판받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나 원장은 “ESG는 생태계적 접근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니셔티브를 만든 기관이 어떤 곳인지, 어떤 근거를 두고 이니셔티브나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는지 파악한 후 그에 맞는 ESG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영 가치도 함께 상승해야 진정한 ESG
ESG 추진 뒷받침하는 경영 성과 내야

나 원장은 ESG 경영은 사회적 기여도와 업을 잘 결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임팩트 비즈니스를 잘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ESG 경영을 잘해낸 글로벌 사례로는 유니레버, BASF가, 국내 사례로는 SK그룹이 꼽혔다.

유니레버는 10년째 지속 가능성 리더 조사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적극적인 ESG 과제 해결과 함께 경영 가치 상승이 있었다. 유니레버는 100만 가구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USLP(Unilever Sunstainable Living Plan)를 발표하고 행동 변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73개의 세부 과제를 시행하는 동안 유니레버의 경제적 가치도 꾸준히 상승했다. 유니레버의 주가는 10년간 234% 성장했다.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2010년 대비 17.4%, 35% 증가했다.

비슷한 예로는 밀러(SAB Miller) 맥주가 있다. 밀러는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주는 방법을 택했다. 밀러는 모잠비크 제1농산물인 카사바를 이용해 ‘임팔라맥주’를 개발했고 이는 고용률, 세금, 그리고 밀러의 경제 가치와 시장점유율까지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나 원장은 이처럼 “진정한 ESG는 사회적 기여뿐 아니라 경제 가치까지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BASF 역시 기업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잘 관리한 기업이다. BASF는 경제, 사회, 환경으로 나눈 세 분야에서 기업 밸류체인 내 영향을 화폐화해 측정했다. 매년 리포트를 통해 공유된 수치에는 부정적 정보도 존재한다. BASF는 이러한 부정적 영향도 가감 없이 기록해 꾸준히 이 수치를 줄여나가겠다는 진정성을 보였다.

SK그룹은 DBL(Double Bottom Line)을 중점적으로 SK 계열사를 관리했다. 3대 사회 성과를 측정해 이를 핵심 성과 지표(KPI)에 반영하는 정책이다. 이전에는 경제적 성과만 반영하던 KPI에 경제적 가치 50%, ESG 성과 50%로 나눠 반영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나 원장은 끝으로 “ESG 미래 전략으로는 3S(Sinking, Swimming, Surfing)를 제시한다”며 “이 중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서핑이다. ESG라는 커다란 파도를 즐기며 살아남을 수 있는 ESG 내재화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나석권 원장은 사회적 가치 혁신을 위한 기업 경영 전략을 다루는 전문가로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통계정책국장을 거쳐 2017년 SK경영경제연구소에 전무로 합류했다. 현재는 SK에서 사회적가치연구원장(부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 월례포럼은 8월 25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