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티몬 vs 쿠팡, 여기어때 vs 야놀자..왜 차이날까[딜리뷰]

지난 2주 간의 딜 소식을 정리해 드립니다.

1. "대한민국 사람 중에 한샘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가구업체 1위 한샘이 사모펀드(PE)에 팔립니다.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한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15.45%)을 비롯한 주요 특수관계자들의 지분 30.21%을 한꺼번에 인수합니다. 인수가격은 1.5조원 정도이고 실사 후 최종 결정될 예정입니다. 자사주가 있어서 전체 인수가는 주당 18만원 정도(약 4조원대 중반)로 생각됩니다.

한샘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은 수년 전부터 매각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김채연 기자가 [딜 막전막후]에서 뒷이야기를 조금 썼습니다만, 3주만에 실사도 안 하고 IMM PE가 '하겠습니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하게 된 배경에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한샘의 브랜드 경쟁력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조 명예회장은 1970년 한샘을 세워서 경영하다 1994년 물러났지요. 이후 전문경영인 최양하 회장(1979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1991년 대표에 선임된 입지전적인 인물)이 나섰습니다. 조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3녀가 있었는데 외아들 조원찬씨가 2012년 사망하면서 후계자를 마땅히 찾지 못했습니다.

조 명예회장과 최 회장이 찾은 해법은 사모펀드였습니다. 조용한 매각을 원한다면, 공개입찰은 적당한 방법이 아닙니다. 그리고 블라인드펀드가 많은 PE여야 합니다. 프로젝트펀드를 만들려고 하면 PE가 어쩔 수 없이 LP를 찾는 과정에서 '이 딜은 무엇이다'라는 설명을 담은 내용을 LP들에게 돌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소문이 나게 마련이거든요. 한샘(시가총액 2조8711억원, 23일 종가 기준)의 사이즈를 감안하면 조단위 블라인드 펀드를 가진 곳이어야만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PE는 국내에 세 곳 뿐입니다. MBK, 한앤컴퍼니, IMM. 세 곳 중에서 한앤컴퍼니는 최근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신속하게 확보했죠. 한샘과 IMM이 이어진 것은 남양유업 딜의 영향이 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실사도 안 하고 곧바로 '콜'을 외친 것은 IMM PE 측이 그만큼 다른 곳에서 채갈까봐 신경을 곤두세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실사 과정에서 다소간의 가격 조정이나 조건 조정이 이뤄질 여지가 있으니, 큰 틀에서 한샘이 괜찮다면 빨리 OK를 부르고 흥정을 더 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최양하 회장이 최대주주인 부엌가구 한샘이펙스가 캡티브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테이블 위에서 거론됐다는 아주경제 보도도 흥미로웠습니다.
티몬 vs 쿠팡, 여기어때 vs 야놀자..왜 차이날까[딜리뷰]

2. 티몬 상장연기.. 쿠팡과 티몬의 차이는

올 하반기 IPO를 추진하던 티켓몬스터(티몬)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고 합니다. 차준호 기자는 2019년 롯데그룹이 티몬을 1조원에 인수하려고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그때가 티몬에게 마지막 기회였던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티몬은 작년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수익 1512억원에 영업비용 2145원, 그래서 영업손실 63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19년에는 영업수익 1756억원에 영업비용 2519억원, 영업손실 762억원이었고요.

티몬의 주인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KKR입니다. 둘다 꽤 유명한 PE입니다. 이들은 어떻게든 티몬을 키워서 엑싯을 하고 싶은 상황인데, 이처럼 적자가 나니 쉽지가 않습니다. 상장을 하려고 했지만 적자 상태에선 거래소가 OK를 내주지 않았고요. 이로 인해 작년 하반기 유상증자를 추진하여 올초 3050억원 투자를 받았습니다.

풍성그룹으로 알려진 PSA컨소시엄이 2550억원을 냈고, 기존 앵커와 KKR이 500억원을 더 냈지요. 이때 그 방식이 또 특이한데, EB를 활용해서 증자를 했습니다. 아니 본드인데 뭔 증자요 기자양반… 하지 마시고.. 티몬의 대주주가 교환사채를 발행하되 교환 대상은 티몬 본체로, 그리고 티몬 대주주는 그 돈으로 티몬의 유증에 참여 뭐 그런 구조입니다. 제 말은, 티몬이 결국엔 '자본'을 투자받지는 못했단 얘깁니다. 시장에서 그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후 계속 상장 추진 의사를 밝혔는데 결국 접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적자인 컬리(마켓컬리)가 최근 한국상장으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면 '적자기업은 안돼!'라는 거래소의 딱딱한 태도가 쿠팡 이후 조금 유연해진 것 같은데, 그래도 시장에서 티몬이 성장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듭니다.

쿠팡과 이베이, 티몬은 쿠팡의 경우 직접 매입을 통한 로켓배송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제3자 간의 유통을 중개하는 업체라는 측면에서는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이베이와 티몬의 거리가 더 가깝겠네요. 이베이도 저는 다소 비판적으로 봤지만, 티몬과 비교한다면 시장점유율의 측면에서나 이익실현의 측면에서 이베이 쪽은 그나마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기존 플랫폼이 있는 쪽에서 이베이를 산다면 이베이 홀로는 누리지 못했던 시너지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세계가 바란 것이 이것일 테고요. 그러나 티몬은 쿠팡처럼 돈을 계속 쏟아부어 줄 주인을 갖지 못하고 있고, 이베이처럼 이익을 내는 상황에도 이르지 못한 애매한 포지션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티몬 vs 쿠팡, 여기어때 vs 야놀자..왜 차이날까[딜리뷰]

3. 비전펀드 점찍은 야놀자 vs PEF 점찍은 여기어때

비전펀드가 점찍은 야놀자가 10조원 밸류를 인정받았다는 소식에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비전펀드가 2조원 가량을 투자하면서 야놀자의 가치가 그만큼 껑충 뛰어올랐다는 얘기입니다. 비전펀드는 야놀자 지분 2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습니다. 벤처캐피털(VC) 등 기존 주주의 지분 인수에 약 1조원, 신주 인수에 약 1조원을 투입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10조원짜리 기업은 ‘데카콘’이라고 부릅니다. 야놀자가 기업가치 1조2000억원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 된 것은 2019년. 불과 2년 만에 10조원이라니, 대단하지요.

비슷하게 숙박업체 플랫폼으로 등장했던 '여기어때'와 '야놀자' 간의 차이가 크게 부각되어 보입니다. 둘다 '숙박업체' 이런 말은 되게 듣기 싫어한다는 점은 똑같습니다만 ㅎㅎ 여행 플랫폼이라든가 놀이 플랫폼(이수진 야놀자 대표 "세계 1위 놀이 플랫폼 될 것")이라는 말을 선호하더군요. 비전펀드가 본 여기어때와 야놀자 간의 차이는 '확장력'에 있을 것 같습니다. 야놀자는 현재 세계 2위 PMS 업체입니다. 세계 2만3000개(2020년 기준) 숙박시설에 예약, 체크인 등 호텔 업무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1위는 오라클이고, 한 1년 전에는 오라클에 훨씬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들었는데 최근엔 많이 따라잡았다고 합니다.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은 이상, 야놀자는 현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클라우드,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 놀이 플랫폼... 어떤 분야에선가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뭔가 추가 인수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파크를 비롯한 다른 여행 관련 매물 가격이 마구 올라가는 것도 그 영향이라고 하는군요. 일리 있는 관측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1위'라는 목표를 세웠다면 국내 여행사를 산다든가 하는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날아가는 로켓 위에 올라타게 될 '밸류애드' 대상은 누가 될까요?
티몬 vs 쿠팡, 여기어때 vs 야놀자..왜 차이날까[딜리뷰]

4. ESG 내세우는 블랙록, 이지스PE 인수한 배경

ESG를 내세우는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이 국내 이지스자산운용 계열 이지스PE를 사들였습니다. 친환경 분야의 투자 역량을 높이 샀다는 후문입니다. 2018년 설립된 이지스PE는 이지스자산운용과 중견 건설사가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회사인데요. 2019년 에너지 발전사업을 직접 영위할 목적으로 한국신재생에너지개발운용(KREDO)을 설립했고, 같은 해 한전산업개발과 '태양광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투자하는 2000억원 펀드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작년에는 에스엠이엔씨와 공동투자 계약을 맺고 신안지역 해상풍력 개발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고 합니다.

블랙록이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운 뉴스였습니다. 이른바 ESG 바람의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래리 핑크 회장은 작년 초 연례서한에서 ESG 경영을 강조하며 ESG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입니다. 이후 48억불 규모 '글로벌 재생에너지 Ⅲ' 펀드를 꾸렸답니다. 이 펀드가 전 세계 250개 이상의 풍력 및 태양광 등 프로젝트에 투자하려고 하는데, 이지스PE 인수는 그러한 일환으로서 해석되고 있습니다. ESG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대표 사례로 기록될 만 합니다. 그 전에는 이지스PE를 주목하는 이들이 정말 별로 없었거든요. 블랙록은 이 회사를 인수한 후 크레도홀딩스로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5. HMM '흠 없는 매각' 나선 산업은행
티몬 vs 쿠팡, 여기어때 vs 야놀자..왜 차이날까[딜리뷰]


주가가 급등해 '흠슬라'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HMM(옛 현대상선)의 매각이 이제 슬슬 시동을 거는 분위기입니다. 산업은행이 영구CB를 조금씩 정리하고 매각으로 가는 방향을 잡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강경민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산은이 보유한 영구채 전환사채(CB) 물량만 2조6000억원에 달하는데 산은이 이 물량을 시장에 단계적으로 분산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몸집을 줄여서 HMM의 경영권을 매각하는 길로 가는 것입니다.

산은은 HMM 인수 희망 기업과의 지분 매각은 블록딜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산은의 투자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와 인수 희망 기업이 연합해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하네요.

6. 요기요 인수, '어피너티-GS리테일-퍼미라' 연합군 유력
배달업체 요기요는 팔릴지 안 팔릴지 의문스러웠는데 결국 주인을 찾을 분위기입니다. 다만 가격은 종전에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떨어진 듯 합니다. 공정위가 주인 찾는 기한을 원래 8월말에서 5개월 후로 미뤄주었습니다.

요기요는 지난달 본입찰 시한을 연장하는 끝에 어피너티 등의 인수 의지를 확인했지요. 현재 글로벌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GS리테일·퍼미라가 구성한 컨소시엄과 단독으로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랍니다. 당초 신세계그룹 등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들 뿐입니다. 남은 이들이 연대해서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데, 구주 가치는 5000억원 정도고 여기에 신주로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포함해 한 1조원 정도 선에서 거래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7. SI 교체 논란 테일러메이드 인수전

세계 3대 골프용품업체 중 하나로 손꼽히는 '테일러메이드', 타이거 우즈가 쓰는 그 골프채! 골프치는 분들은 누구나 잘 아는 브랜드지요. 이 회사를 국내 PE가 사기로 했습니다. 지난 번 딜리뷰에서도 한 번 다룬 적 있지요. 센트로이드라고 하는 중소형 PE입니다. 그런데 너무 덩치에 비해 큰 걸 먹으려고 해서 그랬는지, 탈이 좀 날랑 말랑 했습니다. PE는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돈을 가지고 대신 투자해주는 것이죠. 센트로이드도 1조8000억원이 넘는 인수자금을 혼자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닙니다. 이걸 인수하기로 하고 자금을 모으는 것입니다. 물론 인수 과정에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계획서는 충실하게 제출하였겠지만, 인수가 확정된 후에 그 계획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자금을 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등장하게 마련입니다.

당초 유력 LP였던 교직원공제회가 빠지면서 센트로이드가 함께 손잡을 SI로 낙점했던 더네이쳐홀딩스(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를 F&F(브랜드 '디스커버리')로 갈아끼웠습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1000억을 투자해 달라기에 돈 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3000억원(실제로는 4000억원으로 시작해서 1000억원어치 메자닌을 셀다운)을 낼 수 있다는 F&F로 대체하면 욕은 좀 먹을 지언정 모자란 자금을 채우는 데 문제가 없고, LP들도 이것을 더 환영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정한 PE의 세계라면 세계인 것이고, 이 딜에 사활을 건 센트로이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입니다만 더네이쳐 쪽은 적잖이 속이 쓰릴 것 같습니다. (심지어 두 회사는 경쟁관계.)

이 딜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림이 아주 달라집니다. 먼저 간난신고 끝에 '성사시켰다'는 쪽에 방점을 두어 볼 수 있습니다. SI를 일방적으로 교체한 것에 주목할 수도 있겠지요. 어떻게 볼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8. PEF의 강점, PEF의 약점

티몬과 야놀자, 한샘과 남양유업의 사례를 보면서 사모펀드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모펀드 제도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2004년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경영참여형 PEF 현황을 분기마다 집계하는데 작년 말 기준 이런 PEF가 모두 855개에 달합니다. PEF라는 것은 '펀드'를 기준으로 집계한 것으로 운용사(GP)의 수는 이보다 적습니다. 아무튼 굉장히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5~6년 간에는 그 역할이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저는 2014년에 지금 톱3 PE 중 한 곳에 계신 분을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사모펀드=먹튀'라는 인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게 그분에게 상당히 큰 난제였습니다. 그래서 사모펀드가 산다고 해서 회사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을 어필하고자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인식이 없지는 않지만, 많이 완화됐지요. 이제는 구조조정성 매물도 더 이상 채권단이 다루지 않습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을 파는 것처럼요.

남양유업이나 한샘이 과거 같았으면 어떻게 '퇴로'를 찾았을까요? 아마 적당한 SI를 끌어들여 백기사로 세우거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거듭하면서 회사의 지배구조를 조금씩 바꿔나갔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사모펀드라는 존재가 많은 기업인들의 경영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뚜렷한 옵션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입니다. 무리하게 지배구조를 끌고 가지 않고, 적당한 시기에 엑싯을 도모하고, 회사는 새로운 자금원을 확보하여 또 다른 길을 걸어가고.. 긍정적인 일입니다.

지금 상장을 하지 못하고 다소 난관에 봉착해 있는 티몬의 주인은 앵커에쿼티와 KKR입니다. 또 야놀자와 달리 '숙박 플랫폼'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기어때의 주인은 CVC캐피탈입니다. 기존 경영진이 발견하지 못한 앵글을 발견해서 부각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붙이고 회사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사모펀드의 장점이 왜 이 회사들에서는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을까요? 어떤 경우에는 PEF가 value up에 성공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성공하지 못할까요?

몇 가지 사례만으로 단정하기야 힘들겠지만 '장기 투자', '대규모 투자'에서 PE가 갖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PE가 과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같은 대규모 자금력과 싸울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을 버티면서 피흘리는 혈투 끝에 왕좌를 차지하고 출혈경쟁을 이어가며 경쟁자를 도태시키는 것을 출자자(LP)들에게 해마다 보고하며 정당화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 1~2년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3년은? 4년은? 글쎄, 약간 회의적입니다. VC들은 상대적으로 이렇게 기다릴 줄 아는 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VC와 PE의 경계가 상당히 흐려지고 있는 때입니다. 그러니 어떤 PE는, VC처럼 행동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 VC가 PE를 운용하기도 하고 또 그 반대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PE와 VC가 서로 다른 문법으로 투자를 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PE의 기다림엔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FI 지만 엄청난 규모로 차별화된 투자를 하는 비전펀드와 같은 고래의 존재로 인해 PE들의 행동반경은 다시 제한됩니다. 좋은 씨앗을 골라서 애써 예쁘게 가꾸고 적당한 비즈니스를 붙이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을 해서 회사의 포지셔닝을 잡고 하더라도 치킨게임을 벌이자고 달려드는 상대가 나타난다면,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고래에게 회사를 파는 것은 가능하지요. 좋은 엑싯 상대방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를 궁극적으로 팔겠다는 사람과 회사를 궁극적으로 키우기만 하면 되는 사람의 행동이 동일할 수만은 없다는, 경영학의 오랜 분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어느 쪽이 좋다 안 좋다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선 이제야 막 시작된 PE의 역할이 좀 더 확대돼야 하고 아직 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요술봉'은 역시 아니라는 것이지요. M&A팀 구성원들은 이런 문제를 종종 생각할 기회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차준호 자가 독자의 이메일을 받고 쓴 '썬데이IB'가 그런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한 독자가 '이직하려는 회사가 PE에 팔린다는데 회사를 옮겨야 할까요'라고 물어보는 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여러분 같으면 무엇이라고 답하시겠습니까.

더 많은 딜들이 있었습니다만 다 소개하기 힘들어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너무 길게 써서 스압 죄송합니다. :-( 궁금한 점은 언제든 이메일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