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승계' 장수기업을 키우자 (7) 2세 경영인 솔직토크

대주주 상속세 60%에 숨이 턱
7년간 고용 100% 유지하라니
기업승계 요건 너무 까다로워
22일 중소기업 2세 경영인 다섯 명이 모여 기업승계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정태훈 영사이언스 상무(왼쪽부터), 류종혁 서울리프 대표, 정태련 흥진정밀 대표, 김예지 장안하이텍 해외영업팀장, 목승철 세광사 이사.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22일 중소기업 2세 경영인 다섯 명이 모여 기업승계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정태훈 영사이언스 상무(왼쪽부터), 류종혁 서울리프 대표, 정태련 흥진정밀 대표, 김예지 장안하이텍 해외영업팀장, 목승철 세광사 이사.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회사를 정리해 자식에게 현금이나 부동산을 물려준다는 뉴스가 가끔 나오는데, 직접 승계 절차를 시작하고 나니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뼈저리게 와닿습니다.”(정태훈 영사이언스 상무)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한 강의실. 중소기업 2세 경영인들이 기업승계 과정에서 겪는 고민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좌담회는 ‘성토의 장’ 그 자체였다. 2세들은 실제로 맞닥뜨린 승계의 벽이 생각보다 높았다고 입을 모았다. 생명과학 제품 개발업체인 영사이언스의 정태훈 상무는 최근 사전 증여 제도를 이용해 기업승계를 시작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부모 지분 70% 가운데 10%만 받았는데도 세금이 수억원 나와 빚을 냈다”며 “나머지는 결국 상속으로 가야 할 텐데 최대주주 할증 상속세율 60%를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 상무의 말을 듣던 다른 2세 경영인 네 명의 사정도 비슷했다. 이들은 저마다 기업승계가 진행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국의 상속 절차가 유난히 어려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건강기능식품 유통업체 서울리프의 류종혁 대표는 상속세 부담 때문에 부친이 폐업한 경우다. 상속세보다 폐업한 회사의 자산 등을 인수하는 비용이 적다는 계산에서다. 류 대표는 “승계 비용을 내느니 차라리 연구개발(R&D) 등 보다 생산적인 데 투입해야 고용도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폐업을 결정했지만 새 법인을 통해 인수하는 과정에서 20년 된 부친 사업체의 전통과 영속성이 사라지면서 거래처가 20%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기업승계 관련 제도의 지나치게 까다로운 사후 여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아스팔트·콘크리트 품질관리 시험기기 제조사인 흥진정밀의 정태련 대표는 “사전 증여를 했지만 남에게 권하지는 못하겠다”며 “5년 내 대표 취임, 7년간 고용 100% 유지 등 경직된 틀이 원활한 승계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출산용품 제조사 장안하이텍의 김예지 해외영업팀장은 “기업승계를 위해 고심 끝에 정보기술(IT) 개발자 꿈을 포기했는데, 기업승계 절차를 겪으니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아 막막하다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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