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2021년 임금·단체협상 교섭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자동차업계의 하투(夏鬪) 리스크는 남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현대차 내 강성 노조원들의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파업권 확보에 나섰고, 한국GM 노조는 올해 첫 파업을 강행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일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은 △기본급 월 7만5000원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격려금 230만원 △무상주 5주 △복지 20만포인트 △전통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을 담았다. 기본급 인상폭은 2015년(8만5000원), 성과급·격려금은 2014년(870만원) 후 최대다. 총액 기준 1800만원에 달해 현대차 생산직 상당수가 올해 다시 연봉 1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가 ‘정년 연장’ 고집을 꺾으면서 3년 연속 무파업 합의를 이뤄낸 배경이다.

합리 성향의 노조 집행부와 달리 강성 계파 소속 노조원들은 곧바로 부결 운동에 나섰다. 한 강성 계파는 이날 “정년 연장 포기 등 합의 내용도 부실한데 칼자루를 쥐고도 파업 없이 왜 졸속 합의했느냐”며 “합의안을 부결시키자”고 주장했다. 노조는 오는 27일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치른다. 지난해엔 찬성률 52.8%로 교섭이 타결됐다. 올해 역시 의견이 분분한 만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기아 노조는 이날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곧바로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아직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 노조는 2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뒤 중노위 조정 결과에 따라 여름휴가 전 파업 돌입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 노조는 작년에도 파업했다.

한국GM 노조는 이날 전·후반조 생산직 근로자가 2시간씩 파업을 벌였다. 올해 첫 파업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5월부터 교섭을 진행했으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 성과급 등 1000만원 이상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월 2만6000원 인상, 일시금 4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작년 임단협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차 노사는 22일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5월 노조가 파업에 나서자 회사가 직장폐쇄로 맞서 강 대 강 대치 상황이 벌어진 지 두 달여 만이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