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운송차주 단체가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번호판을 수거해, 번호판이 제거된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레미콘운송차주 단체가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번호판을 수거해, 번호판이 제거된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오는 23일 레미콘운송차량 공급 제한에 대한 정부 결정을 앞두고 중소기업중앙회가 공급 제한을 풀어줄 것을 건의했다. 수도권에서 레미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레미콘업계는 운송차주에 적용돼온 ‘8·5제(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행)’ 등 획일적인 주 40시간 근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와 1000여 중소 레미콘 업체를 회원으로 둔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레미콘운송차량(콘크리트믹서트럭)의 신규 등록 제한을 풀어줄 것을 최근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국토부는 레미콘운송차주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12년째 신규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운송비가 급등하고 레미콘사의 폐업이 많아졌으며 차량 노후화에 따른 사고와 미세먼지 발생 등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차량이 부족해 운송비는 지난 10년간 68.6% 급등했지만 레미콘 가격은 10.5%, 차량은 2.2% 증가에 그쳐 중소기업 피해가 컸다”고 지적했다.

레미콘업계는 내년부터 심각한 레미콘 수급 차질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3기 신도시 개발(약 200만 가구)과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83만 가구) 정책에 따라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운송 차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올해 1980대, 내년 2634대가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레미콘 출하 예상 증가율을 토대로 수도권 레미콘 운송차량(현재 1만1000여 대) 수급을 계산한 결과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수급 차질이 뻔한데도 국토부가 23일 공급 제한 결정을 내린다면 앞으로 있을 레미콘 공급 대란 책임은 정부에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레미콘업계는 8·5제나 토요휴무제 등 주 40시간제 완화도 요구하고 있다. 레미콘운송차주들은 2016년부터 아침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하루 8시간 운행하는 8·5제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매주 토요일에 쉬는 주 40시간제도 병행하고 있다. 운송차주의 과로를 방지하자는 취지였지만 운송차주 단체가 업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시행해 공급 차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월요일마다 주말 내내 밀린 레미콘 타설을 한꺼번에 하느라 공사장 주변 도로가 마비되기 일쑤”라며 “건설 공사가 지체되고 현장 근로자 일감이 감소하는 등 연관 산업에도 악영향”이라고 했다. 한 레미콘 운송차주는 “운송차주 단체가 획일적으로 근무제를 시행하는 바람에 생계가 어려워진 일부 차주는 배달 아르바이트도 한다”며 “7·5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는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에 중앙회나 업계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레미콘 운송차량의 공급 제한 여부를 심의하는 위원회에 업계 의견을 대변할 사람이 없어 매번 편향적인 결정이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