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4년, 무너진 산업생태계…공장엔 녹슨 장비만 덩그러니
지난 15일 원자력 발전 부품업체 삼홍기계의 경남 창원 공장(사진). 2500㎡ 규모의 공장 내부엔 멈춰선 중장비만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 여파로 2018년 이후부터는 사실상 원전 관련 일감이 모두 끊겼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승원 부사장은 “원래 원전 부품으로 발 디딜 틈이 없던 곳이었다. 그 공장이 이렇게 됐다”고 했다.

삼홍기계는 그나마 선박 자재를 제조해 최악은 피하고 있다. 이 회사 매출은 2017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18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른 사업이 없는 중소업체는 상당수 문을 닫았다. 김 부사장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부품과 자재만 사라진 게 아닙니다. 4년 동안 원전 관련 인력도 120명에서 40명으로 줄었습니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장인(匠人)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니 착잡할 따름입니다.”

정부가 2017년 6월 탈원전을 선포한 이후 4년이 지나면서 원전 생태계가 밑바닥부터 붕괴하고 있다. 세계 1등 기술력을 떠받쳐온 원전 중소기업들은 빈사 상태에 빠졌고,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인력은 원전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인력 이탈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올 4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 공급 산업체에서 일하는 국내 인력은 2016년 2만2355명에서 2019년 1만9449명으로 13% 감소했다.

창원·김해=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