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에 예술을 입힌다" 특수목 1위 영림목재
이경호 회장이 30년 수집한
김병종·미로 등 작품 300여점
원목 무늬 살린 '우드슬랩' 생산
세계 최대 규모 전시관 개설
문화 불모지 산단에 갤러리 열어
지난달 문을 연 영림 생명갤러리는 일반인도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다. 갤러리 한쪽에는 김병종 전용관이 마련돼 있다. 풍죽(風竹), 송화분분(松花紛紛) 등 김 화백의 대표작 13점이 전시돼 있다. 또 다른 전시관엔 고(故) 이성자 화백을 비롯해 김재열 박재만 최병국 전운영 명노선 이관수 김연옥 고제민 등의 작품이 있다. 추상 미술과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미로와 그림자 회화로 유명한 후지시로 세이지 작품도 있다. 개관을 기념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나무에게는 나뭇결이 있고 물에는 물결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숨결과 마음결이 있다’는 문구를 담은 축사를 보내기도 했다.이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 문화경영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 활동할 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기업인으로 꼽힌다. 2012년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 1억원 상당의 파이프 오르간을 모친 이름으로 제작 및 기증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만 50년 역사의 인천남성합창단 단장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사업만 하는 사업가가 아니라 지역 사회에 문화예술을 나눌 줄 아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며 “목재 사업도 ‘목재에 예술을 입힌다’는 모토로 키워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목재에 예술 입힌 ‘우드 슬랩’에 주력
영림 생명갤러리를 나서면 또 하나의 예술 전시관이 있다. 2018년에 조성된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3600㎡)의 우드 슬랩 전시관이다. 우드 슬랩 원판을 비롯해 침대, 수납장 등 150여 종의 제품이 전시돼 있다. 우드 슬랩은 나무가 지닌 고유의 무늬와 질감을 그대로 살린 제품이다. 벼락 맞은 느티나무, 흑단, 가링 등 고급 희귀수종으로 제작한다. 전시관에 있는 우드 슬랩은 크기와 재질에 따라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제품(product)’이라기보단 ‘작품(masterpiece)’으로 불리는 까닭이다.이 회장은 2002년 일본 와세다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며 우드 슬랩을 처음 접했다. 그는 수백 년 된 나무의 무늬와 질감을 그대로 살린 ‘살아있는 자재’에 매료됐다. 이후 북미, 아프리카, 일본 등을 누비며 우드 슬랩용 원목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2007년 국내 최초로 우드 슬랩을 들여온 데 이어 충남 당진에 약 9만㎡ 규모 목재 공장을 조성했다. 이곳에서 7~8년 동안 건조·표면처리 등을 거친 우드 슬랩 제품이 2018년부터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영림목재가 특수목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1980년대부터다. 플라스틱 용기 도입으로 목재 상자 수요가 줄어드는 등 사업 환경이 급변하면서다. 이후 특수목 수입 품종을 다양화하는 한편 원목 가구 및 마루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국내 1위 특수목 회사로 성장했다.
영림목재는 지난달 중국 안후이성에 일본, 중국 회사와 합작해 건축 면적 3만7000㎡ 규모의 물류 운송용 철제 물류박스 제조 공장을 완공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들인 이승환 영림목재 부사장이 힘을 보태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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