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중기. / 자료=한경DB
배우 송중기. / 자료=한경DB
톱스타들이 대기업 광고에 나오는 일은 흔하지만, 가끔 생소한 회사의 광고 모델로 등장할 때가 있다. 이 생소한 회사는 일상 생활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제품을 팔거나 생산하는 업체인 경우들이 많다. 톱스타들은 왜 이런 벤쳐기업 수준의 모델이 될까?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이들의 몸값을 이러한 기업들은 감당할 수 있을까?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자마자 ‘진단키트 대장주’ 자리를 꿰찬 SD바이오센서(에스디바이오센서)의 광고모델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빈센조’의 주연 배우 송중기다. 광고에서 송중기는 "우리는 거리를 줄입니다"라는 내래이션을 시작으로 공익광고와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등장한다. 기업의 상호를 마지막에 얘기하면서 마무리한다. 지난달 공개된 이 기업광고는 유튜브에서 조회수 300만회를 넘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SD바이오센서, 송중기 광고 조회수 300만 넘어
SD바이오센서의 주력은 진단키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이 회사는 매출이 급증했고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857억원에 달했다. 그렇다고 일반 소비자에 판매하는 제품도 아닌데, 광고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해당회사는 "모델료에 부담도 없고, 광고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진단키트의 대표적인 업체는 '씨젠' 정도만 알려졌지만, 이번 광고로 SD바이오센서는 '송중기 진단키트'로 불리며 인지도를 높였다. 상장 전의 일반 공모 청약에 32조원의 뭉칫돈이 몰리며 274.02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인지도가 작용했다는 게 증권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 덴티스, 엔케이맥스, 지노믹트리의 홍보물 캡쳐. /자료=각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 덴티스, 엔케이맥스, 지노믹트리의 홍보물 캡쳐. /자료=각사
SD바이오센서 이전에도 상장된 바이오 업체들의 톱스타 모시기는 있었다. 치과용 의료기기 전문기업 덴티스는 가수 임영웅을, 대장암 진단키트를 판매하는 지노믹트리는 배우 이서진을, 항암 세포치료제 후보를 개발하고 있는 엔케이맥스는 개그맨 신동엽을 각각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SD바이오센서와 달리 실적이 양호하지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덴티스는 12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노믹트리와 엔케이맥스 또한 각각 124억원, 4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소규모인데다 적자기업이라고 모델료를 봐주지는 않는다. 되레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대기업에 비해 떨어지다보니 할인없이(?) 천정부지의 몸값을 부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제약사의 광고 담당자는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톱스타급은 6개월 모델료가 5억~6억원 가량”이라며 “모델료도 비싸지만 광고 영상을 방송에 송출하는 비용이 더 든다”고 설명했다.
비급여항목 제품 보유한 기업들, 환자 선택받기 수월
그럼에도 이러한 기업들이 톱스타를 고집하는 까닭은 인지도를 높여 직간접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톱스타를 기용하는 광고 대부분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제품들이 많다.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이 의사의 처방대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경우 환자의 '선택 영향력'이 높은 편이다.

대형 벤처캐피탈의 바이오 담당 심사역은 “지노믹트리와 엔케이맥스의 경우 판매하거나 개발 중인 제품·서비스가 의료보험 비급여 항목”이라며 “의사가 내원객에게 제품·서비스를 권할 때 업계에서만 아는 제품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알려진 회사의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덴티스의 신제품 광고에 나선 가수 임영웅. / 자료=덴티스
덴티스의 신제품 광고에 나선 가수 임영웅. / 자료=덴티스
덴티스의 임영웅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플란트 치료를 할 때 치과 의사들은 다양한 회사의 제품을 환자에게 보여주고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며 “덴티스의 입장에서는 점유율에서 앞서는 오스템임플란트와 경쟁하기 위해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임영웅 광고를 했고, 실제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벤처의 광고는 제품·서비스 판매촉진에 더해 기업광고의 성격도 갖는다. 회사가 알려지면 인재 유치에도 더 유리하다고 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연구 역량이 뛰어나지만 기업은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석·박사급 인력 채용에 난항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며 “당시 그 기업 대표는 무리해서라도 광고를 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회사 인지도 높여 우수인력 끌어오기도"
공격적인 광고를 통해 회사 인지도를 높인 바이오기업 광고 담당자는 “내부 직원의 사기를 진작하는 효과도 탁월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외부 미팅에서 명함을 교환할 때 소속 회사에 대해 설명해야 할 때와 회사 이름만으로도 상대방이 알 때의 차이는 크다”며 “직원들이 지방에 있는 부모들로부터 ‘TV에서 너희 회사가 나온다’는 전화를 받고 사기가 높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효과에도 톱스타들의 몸값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다. 최근 K-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톱스타들의 몸값이 더 치솟고 있어서다. 한 중견기업의 광고 담당자는 “송중기의 경우 최근 종영한 드라마 ‘빈센조’가 히트를 치면서 알려진 것보다 모델료가 더 높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의 경우 모델 측에 웃돈을 더 줘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연예계에 인맥이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를 통한다면 의외로 모델료가 저렴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활동을 드물게 하거나 찍어놓은 작품에 비해 개봉이 늦춰지면서 활동이 뜸해보이는 A급 스타들은 알고보면 광고에 목말라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중소기업은 몇 년 전 자사 애플리케이션의 홍보 영상을 만들면서 당시 톱스타와 2억원 가량에 1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우·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