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있는 에코프로비엠 본사 /사진=에코프로비엠
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있는 에코프로비엠 본사 /사진=에코프로비엠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5월 25일 증설을 위해 134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한 달 반 만에 주가는 56% 올랐다. 글로벌 1위인 시장 지배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평가 덕이다. 에코프로비엠뿐만이 아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 등도 올 들어 시설투자 발표 후 주가가 크게 뛰었다. 기업의 과감한 투자-글로벌 경쟁력 강화-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한국 제조업의 성공 방정식이 부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산업 재편에 기업들이 적극 대응한 결과라는 평가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이 발표한 시설투자 규모는 6조9542억원(74건)으로 전년 동기(2조6627억원, 33건) 대비 161.1% 증가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투자에 나섰다. 코스닥 상장사가 공시한 투자 규모도 1조34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6% 급증했다. 에코프로비엠 등 소재와 부품·장비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결과다.

"설비투자 기업 주가 날았다"…韓 제조업 '성공방정식' 부활
대부분의 투자는 친환경차, 탈탄소 등에 집중됐다.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이다. 전통 석유화학에서 벗어나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설비 등에 287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엔 친환경 수소사업에 10년간 4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미래산업 경쟁력 강화와 친환경기업 변신을 위한 투자에 시장은 ‘매수’로 답했다. 롯데케미칼은 발표 당일 주가가 5.49% 급등했다. 앞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환경·바이오사업 경쟁력을 확보한 포스코 한화 SK 현대자동차그룹도 시가총액이 크게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유상증자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자금을 마련하면 주가가 떨어졌지만 투자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며 “적극적인 투자로 유망 산업에서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과감히 투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진성/고윤상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