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15일 오후 2시10분

차량 열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의 인수전이 글로벌 업체 간 경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이 분야 세계 3위인 프랑스 발레오가 인수전에 참여한 데 이어 4위 회사인 독일 말레도 인수를 논의 중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을 비롯해 베인캐피털과 복수의 글로벌 PEF도 입찰 채비에 나서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인수적격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된 업체들은 본입찰 절차를 앞두고 회사 실사에 들어갔다. 매각 측인 한앤컴퍼니는 8월 말~9월 초 본입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한앤컴퍼니(50.5%)와 한국타이어(19.5%)가 보유한 지분 70%다. 시가총액이 약 8조7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지분 가치만 6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앤컴퍼니가 참여 기한을 못 박아두지 않아 본입찰을 앞두고 새로운 인수 후보들이 발을 들이고 있다. 발레오도 주관사를 선정해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이다. 발레오는 공조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12%로, 한온시스템(점유율 13%)에 이어 3위다. 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털과 공동으로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결렬된 뒤 다른 PEF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레오 측은 “현재 공식적으론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점유율 4위 업체(11%)인 말레는 세계 최대 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을 우군으로 확보해 인수전에 나섰다. 블랙스톤은 그간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소극적이었지만, 2019년 의약도매업체 지오영을 인수하고 한국 사무소 개설도 준비하는 등 최근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산업에서 신세계와 롯데가 치열하게 경쟁하듯 공조 부문에선 발레오와 말레가 주도권을 두고 맞붙은 라이벌로 알려져 있다”며 “두 후보를 끌어들인 만큼 흥행은 일단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M&A업계는 한온시스템이 보유한 기술력을 고려하면 인수 열기가 본입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가 내연기관이 되는 전기차 시대엔 차량 열관리 분야 기술이 차량 제조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한온시스템이 이미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도 매력 요소다. 한온시스템은 올해 예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만 1조원에 달할 정도로 매년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차준호/김채연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