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서울 우면동에서 운영중인 노인요양시설 '서초 빌리지'의 모습. /KB손보 제공
KB손해보험이 서울 우면동에서 운영중인 노인요양시설 '서초 빌리지'의 모습. /KB손보 제공
"폐교를 활용해 노인요양시설을 짓고, 비용도 사후에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하자"

금융위원회가 15일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보험업계 등과 공동으로 연 '보험사 요양서비스사업 진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 같은 정책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요양서비스는 고령,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 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가사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 요양서비스 시장은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양적으로 팽창(2012년 2.9조원→2020년 10조원)했으나 대도시(도심) 내 시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영세 개인사업자 위주여서 민간 투자 유입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요양서비스 시장 현황 /자료:금융위원회
장기요양서비스 시장 현황 /자료:금융위원회
실제 우리나라 요양시설의 운영주체는 개인사업자가 75.7%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험사 등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영리법인의 참여율은 고작 2.5%에 불과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에서는 이미 솜포홀딩스, 도쿄해상, 미츠이스미토모, 니혼생명 등 유수의 보험사들이 요양서비스 사업에 진출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KB손해보험이 2016년 요양서비스 자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확대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비롯한 각종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먼저 요양시설 수요가 높은 대도시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관련 사업자가 해당 토지 및 건물을 무조건 소유해야 한다는 규제부터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즉 보험사가 요양서비스 사업을 하고 싶어도 초기 투자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폐교를 활용해 요양시설 공급을 확대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실제 2009년 충남 당진의 한 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설립된 전원형 노인요양시설 '실버프리'(정원 200명)는 2~4인이 거실, 부엌 공간 등을 공유하는 유닛형 요양시설로, 요양보호사가 함께 거주하며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 2012~2013년 연속 보건복지부 최우수요양기관으로 선정됐다.

기존 보험상품과 연계성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보험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간병‧치매보험 등은 나와 있지만 현물지급형 보험은 간병서비스 품질 리스크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아울러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이나 유언신탁 자산 등을 활용해 요양시설 이용시 자기부담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금융위는 보험사의 요양서비스 시장 진출이 관련 산업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고령층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복지부 등 관계부처 및 보험업계와 유관기관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개선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